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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 대표는 “단기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하면 정상화할 수 있다”며 기업 회생을 회복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 절차와 M&A를 병행하기 위해 이번주 중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 과정에서는 기존 입점사들이 지속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보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입점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당장 미정산금을 받을 길이 요원해져서다. 앞으로 발란의 모든 채무는 동결된다. 여기에는 금융 채권과 입점사들이 보유한 상거래채권까지 포함된다. 이후 발란이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채권자와 법원 심사를 거쳐 기업 회생에 돌입한다. 통과가 안 된다면 청산과 파산 절차를 거친다. 이 기간만 최소 수개월이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미정산 피해자도 현재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800여명이 모인 피해자 오픈 채팅방에는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더니 결국 회생에 돌입했다. 티메프 사태와 똑같다” “억대 돈이 물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 등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한 입점사 관계자는 “기업 회생에 들어가면 정산금을 받을 확률이 사실상 1%에 가깝다. 그동안 최 대표가 기업 회생을 하기 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벌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현재 최 대표를 상대로 단체소송과 형사 고소 등 집단행동을 통한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 발란에 150억원 투자를 약속한 실리콘투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 실리콘투는 발란에 1차로 75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75억원은 조건부 투자하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미정산 사태가 벌어지고 기업 회생사태까지 이어진 셈이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미정산 사태, 기업회생신청 등 발란 측이 사전에 공유했던 것은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을 확인 중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발란의 인수합병 카드 역시 사실상 미정산에 대한 면피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다 해도 실제로 인수가 이뤄지려면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명품 플랫폼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형 자산이 있는 홈플러스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고객과 데이터가 전부인 무형 플랫폼을 현재 인수하려고 나설 곳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발란의 높은 부채 비율도 문제”라고 짚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장 여론도 문제다. 발란이 여러 번 말을 바꾸면서 기업 이미지 자체가 훼손된 상태다. 발란은 당초 지난 28일까지 미정산금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를 미루고 기업 회생을 택했다. 서 교수는 “화재가 났는데 건질 것을 건지려 하는 모습에 시장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부도 처리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