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회 탄핵결정 존중…직무정지 하고 헌재 결정 기다리겠다"[전문]

박종화 기자I 2024.12.27 17:03:29

헌정사상 첫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충원 과정도 중요"
"野, 반론 대신 탄핵으로 답변…개인 거취 떠나 안타까워"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헌정사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세 차례 있었으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행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하여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선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과 여야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변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음은 한 대행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50달러일 때 공직에 입문해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랑스런 대한민국 정부의 공복으로 일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250달러이던 나라가

1000달러, 1만달러, 2만달러,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을 보았고,

개발독재, 고도성장, 민주화를 차례로 경험하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나라, 이런 국민은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해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실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시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은

위헌요소와 부작용 우려가 큰 법안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요구를 부탁드렸고,

국회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헌정사에는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아직 한 분도 안 계십니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끝난 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였습니다.

저는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기조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조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의 전례를 뛰어넘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가 다 규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정치적 슬기,

다시 말해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를 못할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헌정사의 전례를 깨뜨리라는 말씀이자,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기에

깊은 숙고 끝에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얼마나 놀라고 실망하셨는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충원이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과 여야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우리 헌정사의 전례를 소중히 여기며

소통을 통한 합의로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오늘 국회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였습니다.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대하여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스물아홉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저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하여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없이 수행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한평생 공직 외길을 걸으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정의 최일선에서 부족하나마 미력을 다해

국민 여러분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을

제 인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