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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이 지은 건물만 무너졌나…태국 조사 착수

방성훈 기자I 2025.03.31 16:02:05

태국 총리·부총리 부실 시공 의혹 제기하며 조사 지시
"고층 건물·건설중인 건물 모두 지진 피해 전무"
설계·시공상 결함 또는 부적격 자재 사용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태국 수도 방콕에서도 미얀마 강진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중국 시공사가 지은 건물만 ‘나홀로’ 붕괴해 태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얀마에서 7.7의 강진이 발생한 뒤 페이스북에 올라온 태국 방콕의 건물 붕괴 영상. (사진=AFP)


30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 및 태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누틴 찬비라쿨 태국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건물 붕괴 원인 등과 관련해 긴급 조사를 명령했다.

전날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사고 건물의 설계부터 승인, 시공까지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1주일 안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대응이다.

지난 28일 미얀마에서 진도 7.7의 지진이 발생한 뒤 1000㎞가 떨어진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건물 한 채가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1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실종자 79명은 잔해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무너진 건물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철로총공사(CREC) 계열 건설사인 ‘중철10국’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과 ‘이탈리안·태국 개발’이 공사를 맡았다. 지난 3년 동안 20억바트가 넘는 비용이 공사에 투입됐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데다, 방콕 스카이라인을 비롯해 현재 짓고 있는 다른 건물들 모두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아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3월 말 이미 건물의 구조물 뼈대 공사가 끝났음에도 나홀로 붕괴한 것은 설계 또는 시공상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패통탄 총리는 전날 “규모 7.7의 지진이 한 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물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방콕의 모든 건물의 내진 설계는 이미 법률로 규정돼 있다”며 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국 민주당의 토목 기술자이자 정치인인 수차차비 수완사와스 교수도 텔레그래프에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 다른 모든 건물, 심지어 건설 중인 고층 빌딩도 안전하다. 설계가 잘못됐거나 시공이 잘못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중국인 4명이 사고 직후 붕괴 현장에 들어가 문서를 들고 나오다가 태국 경찰에 체포된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태국 매체들은 한즈창 방콕 주재 중국 대사가 이날 아누틴 부총리를 만나 건물 붕괴 및 인명 피해 등에 상심을 표하며, 조사에 협력하겠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아누틴 부총리가 한 대사에게 조사를 통해 부실 시공이나 부적격 자재를 사용한 사실 등이 확인되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콕에서 건물이 붕괴한 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관련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으나, 즉각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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