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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을 밝힐 분석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항공업계에서는 착륙 중 조류 충돌로 인한 복합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나면 보조동력장치(APU)가 가동되기 전까지 약 1분간 모든 전자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만일 조류 충돌로 인해 전원 공급을 하는 두 개 엔진이 모두 파손됐고, 이로 인해 기체가 ‘셧다운’ 됐다면 랜딩기어를 비롯한 유압계 부품이 원활히 작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같은 추측이 나온 배경으로는 사고 직전인 오전 8시 58분께 항공기 위치 추적 시스템(ADS-B) 데이터가 끊긴 것이 꼽힌다. ADS-B 시스템은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 작동이 중단되는 전자 장치다. 만일 전자 장치가 정상 작동했다면 해당 시스템이 항공기 정보를 정상 송출했어야 하는데, 이 데이터가 끊겨 있으므로 전원 공급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건은 전원 셧다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전문가는 “조류 충돌만으로 전원 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도 “발생한다면 사전 정비 여부와는 관계없이 랜딩기어(바퀴 등 비행기 이·착륙을 돕는 장비) 등 핵심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을) 복합적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와 제주항공 모두 현재로서는 전원 셧다운 가능성 역시 추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가 복합적 원인에 따라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기체 결함 또는 정비 소홀, 조류 충돌까지 다양한 요소가 얽혀 전원 셧다운 상황까지 이어졌을 수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비행기록 장치, 조종사 통신 기록 등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미국 정부 및 보잉 합동조사단에서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파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역시 “항공사의 입장에서 사고 원인과 책임의 문제만 핸들링할(다룰)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이번 참사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FDR 해독에 6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