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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일부 프랑스 대기업들에 DEI 정책을 금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미국 외의 기업이라도 미 정부의 공급업체 또는 서비스 제공업체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사관은 또 DEI 금지 행정명령을 준수하는지 입증하기 위한 설문지를 첨부하며 닷새 안에 서명 후 회신토록 요구했다.
FT가 자체 입수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설문지는 ‘해당 연방법에 따른 차별 금지법 준수에 관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미 국무부 계약자는 해당 연방법을 위반하는 DEI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증해야 한다. 이러한 인증은 미 정부의 지불 결정에 중요하기 때문에 허위 청구법(False Claims Act)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우리 법률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상세한 이유를 제시하길 바란다”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프랑스 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서한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미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게 가능해졌다. 이젠 강자의 법칙이 지배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는 강력 반발했다. 프랑스 법에선 직원이 1000명 이상인 기업엔 임원의 최소 30%를 여성으로 채용토록 권고하고 있는데, 미 대사관의 요구를 따른다면 프랑스 법을 위반할 수 있어서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우선 대응하지 않길 결정했다고 FT는 전했다.
아미르 레자 토피기 프랑스 중소기업연합회(CPME) 회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프랑스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프랑스 정치 및 재계 지도자들이 이에 맞서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디즈니 컴퍼니와 ABC방송의 DEI 정책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DEI 금지 캠페인을 외국 기업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소식은 프랑스 경제신문 레제코가 처음으로 보도하며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동유럽 및 벨기에 EU 본부 내 미 외교관들 역시 같은 내용의 서한을 각국 기업들에 발송했다고 전했다.
서한을 받은 기업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관세 부과 대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에 이어, 내달 2일 상호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EU 역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