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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가해자 블랙박스…"'어, 어' 하는 음성만"

김민정 기자I 2024.07.03 10:03:07

"해당 음성으로는 차량 결함 유추하기 어려워"
"부부싸움이 원인" 루머에..경찰 "확인 안 된 내용"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가운데 음성 파일에는 급발진을 뒷받침할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경찰이 사고 직후 차모(68) 씨의 차량에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씨의 차량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직후부터 사고 발생으로 차가 멈춰설 때까지 화면과 음성이 담겼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춰야 한다. 어떻게 하냐’, ‘브레이크가 먹통이다’ 등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도 전날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 ‘이 차 미쳤다’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씨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이러한 음성이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와 동승자인 그의 아내는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에는 차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 하는 음성 등만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도 해당 블랙박스 오디오만으로는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을 유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국화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날 SNS에는 ‘사고차량 블랙박스에 차량 운전자 차씨와 동승자인 아내가 싸우는 대화 내용이 담겼고 부부싸움 이후 사고가 났다’는 식의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 드린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부탁드린다”는 공식입장을 내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차씨를 교통사고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 2일 입건했다.

차씨는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 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다른 CCTV, 차씨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할 방침이다.

EDR 분석에는 2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음주 측정과 채혈 검사 결과 차씨가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마약류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차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차씨와 아내, 보행자 2명, 차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6명이 다쳤다.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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