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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초고층’ 세운 재개발 논란…“정당한 개발”vs“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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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환 기자I 2025.11.12 05:00:00

세운 재개발 추진…고층빌딩·녹지 조화
중앙정부 ‘제동’…“세계유산 취소 우려”
문제 없다는 서울시…“종묘 돋보일 것”
20년 간 이어진 갈등…상인·주민 ‘고통’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종묘 앞 세운4구역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초고층 빌딩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지정해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 재개발 구역의 낙후도를 언급하며 오히려 종묘의 가치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아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외부 조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고 142m’ 추진에 중앙정부 반발…“막을 것”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종묘와 약 180m 가량 떨어진 세운4구역에는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 높이의 고층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일부로 세운4구역을 포함한 세운 재개발 지역 전체에는 녹지와 높은 빌딩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민간사업자가 개방형 녹지를 확충하는 만큼 건축규제를 완화해 도시개발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안이다.

이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이 크게 반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우 세계문화 유산에 ‘시각적 완전성(Visual Integrity)’을 요구하고 있는데 주변 경관과 시야가 종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훼손할 경우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철회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경우 유네스코는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등록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등재를 취소한다. 영국 리버풀 ‘해양 상업 도시’,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종묘를 둘러본 뒤 “지금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이게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그런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며 “문화와 케이 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아주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와 관련해 관련 부처에 법과 제도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이라도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를 정식으로 밟고 전문가와 시민 등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며 “그것이 세계유산을 품은 수도 서울이 지녀야 할 품격과 태도”라고 주장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을 방문해 브리핑 후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년 이어진 ‘세운상가’ 갈등…오세훈 “토론 제안”

서울시는 종묘와 재개발 지역 거리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기준인 100m 밖에 있으며 종묘로부터 멀어질수록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종묘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이 서울시가 문화재 인근 고층 건축물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아무런 법적 위반 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세운상가를 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 시장이 첫 서울시장을 하던 2006년 오 시장은 이른바 ‘세운녹지축’ 사업을 실시했다. 세운상가 일대 상가를 헐고 종묘와 남산을 잇는 대형 녹지를 구성하고 양쪽으로 고층 건물을 짓는 구상이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종묘의 경관을 이유로 건물 고도를 75m로 낮출 것을 요구했고 사업성이 떨어지며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이후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되며 해당 사업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오 시장이 들어오며 세운녹지축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이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1968년 지어져 올해로 58년째인 세운상가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비가 새는 것은 물론이고 빌딩 노후화로 외부 자재 추락 등 안전 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세운상가 일대에는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인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 중 하나다. 전날 세운4지구 등 세운지구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운4구역은 종묘 문화재보호구역에 속해있지 않음에도 문화재보호구역 내 건축물보다 과도한 규제로 국가유산청의 인허가 횡포로 누적 채무가 7250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국가유산청 등의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단호하게 손해배상 및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김 총리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황이다. 오 시장은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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