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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협회(CFR)의 벤 스테일(사진) 선임연구원 겸 국제경제 담당 국장은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중국의 미국산(産) 제품 구매 확대 등 양국 간 합의내용을 두고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내다봤다. 앞서 미·중 양국이 지난달 15일 백악관에서 최종 서명한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은 물론, 공산품·서비스·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231조7000억원) 규모를 추가 구매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스테일 국장은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 등으로 “중국의 미 제품 구매 규모는 절반인 1000억달러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對中) 관세를 올리는 식으로 반발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1단계 무역합의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스테일 국장의 주장이다.
다만, 그 시점은 11월3일 미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스테일 국장은 전망했다. 중국의 ‘2000억 달러’ 구매 약속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팜 벨트(미국 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굳이 미 대선 전에 ‘합의 파기’를 선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테일 국장은 미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중 간 무역전쟁은 지속할 것으로 봤다. 특히 2단계 무역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나 사이버 안보 이슈의 경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혀 관여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두 나라의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2단계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테일 국장은 양국 간 환율합의도 지켜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선언적 내용”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서명해달라고 하면 기꺼이 서명은 해주지만, 의미는 없다”고 했다. 양국 간 협약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안 지키면 그만’이라는 게 스테일 국장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