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수준인 1.5%로 결정됐다. 시급 기준으로 올해 8590원에서 8720원으로 130원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182만 2480원이 된다. 전반적으로 사용자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사용자 측은 당초 2.1% 삭감을 요구했지만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보다 낮은 수준에서 타결됨으로써 소기의 목적은 이룬 셈이다. 협상 막판에 근로자위원 9명 전원이 불만을 표시하며 표결에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그런 때문이다.
이번에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노사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부딪쳤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영세 사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라고 했다. 지난 3년간 33%나 오른 최저임금을 또 대폭 올릴 경우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근로자 측도 생활고를 들어 대폭 인상을 요구했으나 경영 안정을 앞세우는 사회적 분위기를 꺾지 못했다.
이로써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 실현은 뒤로 미뤄지게 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 속도도 늦춰지게 됐음은 물론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경우에도 벅찬 목표였지만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는 바람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 기회에 정부는 정책 오류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처럼 상충관계에 있는 정책 과제들을 추진할 때 그 적절한 조합을 찾는 노력이 소홀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결정은 우리 기업경영 현실에서 원칙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임금 인상은 결국 생산성 향상이 허용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없고, 생산성 향상은 노사 양측 모두의 노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사용자 측은 지속적인 경영개선 노력으로, 근로자 측은 성실하고 창의적인 노동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저임금에만 의존하는 경영이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같이 망하는 길이다. 이런 맥락에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방안이 무산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