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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대 간 배려 담은 연금개혁안

이지현 기자I 2024.09.13 05:00:00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석재은 교수] 대통령이 다시 살려낸 연금개혁 동력에 힘입어 정부가 단일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모든 개혁은 개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고통과 혼란을 불가피하게 수반한다. 연금개혁 역시 그렇다. 이 때문에 개혁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개혁의 대의명분이 명확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적연금은 세대 간에 걸친 연대적 성격을 본질로 한다. 연금개혁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에서 젊은 층이 노령층을 부양하는 방식의 세대 간 연대 방식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령기에 받을 본인의 연금만큼 스스로 부담하고 이미 젊은 층에게 전가된 부담도 노령층 수급자가 함께 부담하는 방식의 세대 간 배려가 연금의 새로운 세대 간 연대 문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낸 것과 받는 것을 일치시킨 연금개혁을 완수한 것과 달리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가 전망되는 데도 받는 것보다 훨씬 적게 내는 적자 구조를 유지해왔다. 미래세대 필요보험료율이 받는 연금 수준을 웃돌다보니 연금제도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과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세대 간 새로운 연대 문법을 적용해 공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청년층과 미래세대 연금 불안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모수개혁 수준은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결과를 바탕으로 21대 국회연금특위 및 공론화 내용을 수렴한 절충적 균형안으로 보인다.

개혁안 발표 이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자동안정화 장치는 연금슬라이드제에만 제한 적용되는 설계여서 큰 폭의 연금삭감 논란은 지웠지만 물가인상에 따른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보전이 되지 않아 실질적인 급여삭감 효과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인구 및 경제 변화로 위험을 연금가입자뿐 아니라 연금수급자도 함께 부담하자는 세대 공생의 가치에 입각한 것이다. 또 자동안정화 장치의 적용시점 및 적용종료 시점의 설계에 따라 급여와 부담의 불균형이 컸던 적자 연금세대의 급여부담을 일부 해소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세대 간 공평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둘째, 연령대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는 부모세대와 달리 오랜 기간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청년층의 세대 간 불공정 인식에 반응해 연금수용성을 높이려는 일종의 합리적 연금정치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연금개혁안에서 쟁점이 되는 두 가지는 연금의 새로운 세대 간 연대 문법에 따른 세대 간 배려를 나름 제도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개혁안은 완성안이 아니다. 앞으로 논의 해나가며 수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인구고령화와 저성장경제가 쏘아 올린 연금개혁 과제인 적자 연금구조의 개선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은 세대 간 배려와 지속가능성의 핵심이고 개혁의 촌각을 다툰다는 점이다. 보험료율 인상시기를 놓치면 연금적자가 누적되고 기금운용수익 저하와 더 높은 보험료율 인상 부담 등 부정적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합의에 시간을 요하는 사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구조 개편, 퇴직연금 노후보장기능 강화 등 다층노후소득보장 구조개혁 논의에 합해 국회연금특위에서 찬찬히 논의하는 것이 낫다.

국회는 역사적 과제인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연금개혁을 2024년 골든타임 내에 완수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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