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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되팔이가 더 신났네'…CU, 두바이 초콜릿 직접 먹어보니 [먹어보고서]

한전진 기자I 2024.07.07 08:04:00

CU,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점포 판매 개시
''재고 확인'' 포켓CU앱 접속자 폭주에 ''먹통''
카다이프 대신 건면…CU 속도전 전략 포석
''찐'' 인기냐 ''되팔이'' 수요냐…당근 매물도 급증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CU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사진=한전진 기자)
한입 깨물면 바삭·촉촉한 식감과 달콤함이 입안을 채운다. 내부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소면을 구운듯한 건면도 들어있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식감이다. 진짜 두바이 초콜릿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일까 싶다. 다만 여기까지다. 엄지손가락 두 개를 붙인 크기의 한 개 가격이 무려 4000원. 이를 구입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CU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템’으로 불리는 두바이 초콜릿을 내놨다. 국내 중소기업 제조사 몽뜨레쎄와 협업해 만들었다. 엄밀히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의 유사품이다. 원조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디저트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가 만든 제품이다. 볶은 카다이프(중동의 얇은 국수)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섞어 초콜릿 안을 채워 만든다.

CU는 지난 6일 저녁부터 점포 입고를 시작했다. 소식이 퍼지자마자 CU 점포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포켓CU 앱의 실시간 검색어는 두바이 초콜릿이 차지했다. 기자도 저녁 6시부터 포켓CU 앱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하면서 제품 입고 현황을 체크했다. 오후 7시30분께 집 근처의 한 CU 매장에 제품이 입고된 것을 확인하곤 곧장 픽업 주문을 신청할 수 있었다. 점주는 입고 후 불과 10분만에 제품이 모두 동났다고 했다.

접속자가 갑자기 몰리며 포켓CU앱 접속도 어려워졌다.(사진=한전진 기자)
포켓CU앱에 접속자가 몰리며 앱이 다운되기도 했다. 접속 대기 시간이 생기더니 오후 8시께부터는 대기시간이 4만초까지 늘었다. 이후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SNS에서는 구매 성공 인증샷과 재고가 남아 있는 매장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어렵게 구한 것에 비해 제품은 비교적 단순했다. 담배 한 갑 크기 박스에 초콜릿 한 봉지가 들어있다. 무게는 48g. 열량은 234㎉다. 치아가 약한 분은 주의하라는 문구도 적시했다. 향후 두바이 초콜릿 상표권을 의식했는지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라고 명기한 점도 눈에 띄었다.

맛보다는 식감이 독특하다. 피스타치오 크림과 건면이 함께 오독오독 씹힌다. 다만 썩 좋은 느낌만은 아니다. 건면이 제법 딱딱해 치아 사이 잔여물이 끼는 것이 편치 않다. 먹다보면 구운 밀가루 특유의 풋내도 돈다. 식감과 맛에서 개인간 호불호가 강할 것 같았다. 특히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진짜 카다이프를 넣은 것도 아닌데 한 개 4000원은 과한 요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포켓CU 픽업 주문으로 구매한 두바이 초콜릿(사진=한전진 기자)
CU는 제품 출시가 다소 섣부르더라도 빠른 이슈 선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로 카다이프 수입은 지연되고 있다. 8~9월은 되어야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차라리 이를 교체해 빠르게 유사품 포지션을 선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오는 10월이면 원조인 픽사 제품이 수입 업체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 상륙할 예정이다.

특히 CU의 경쟁사인 GS25, 세븐일레븐도 곧 두바이 초콜릿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진짜 카다이프를 활용하는 탓에 출시 시기가 CU보다 다소 뒤처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도 지난주 예약 판매를 진행했지만 고객이 제품을 받아보려면 7월 말이나 8월 초는 되어야 한다.

이런 CU의 ‘속도전’ 전략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앞으로 경쟁사들이 월등하다면 B급 짝퉁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첫날 인기도 아직 예단하긴 힘들다. CU 제품에 대한 진짜 소비자 관심이었는지 ‘되팔이’ 수요였는지 아직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6일 저녁 CU 매장에 제품이 풀리자마자 중고거래 마켓 당근엔 기다렸다는 듯 CU 두바이 초콜릿 중고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마다 2~3배의 웃돈을 붙인 판매 게시글이 수십 개에 이른다. 다만 늘어나는 판매 게시물의 속도에 비해 계약 체결 건수는 드물게 나타나는 중이다.

CU 판매와 동시에 올라오는 당근 마켓 매물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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