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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는다"…반도체 위기 와중에 삼성 노조 총파업

김정남 기자I 2024.07.02 00:09:25

"855명 임금 올려달라" 삼성 전삼노, 총파업 선언
반도체 위기론 와중에…노조 리스크 떠안은 삼성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끝내 총파업을 선언했다. 삼성 반도체 위기론까지 나오는 와중에 회사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전격 총파업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측은 2주간 사후조정 기간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합리적인 쟁의권을 기반으로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005930) 노사는 지난달 13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 신청을 이후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전삼노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간담회를 통해 전체 직원에 대한 휴가 1일과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 대화가 결렬됐다. 전삼노는 오는 8~10일 사흘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손 위원장은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2024년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 855명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거론했다. 손 위원장은 “총파업을 통해 모든 책임을 사측에 묻는다”고 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7일에는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까지 실시했다.

전삼노 조합원은 전체 직원의 약 22%인 2만8000여명이다. 대부분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 소속돼 있다. 지난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낸 DS부문이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0%로 책정하면서, 이에 불만을 가진 DS부문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다만 이번 총파업이 실제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격전으로 위기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파업에 대한 내부 지지세가 약해진 탓에 근래 연가 투쟁 때도 탄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오는 8월이면 끝나는 만큼 대표성 논란 역시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855명만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게 과연 정당하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회사는 위기론과 마주하고 있는데 ‘노조 이기주의’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삼노가 더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기류가 조금씩 나온다. “회사든 노조든 이러다 다 죽는다”는 우려다. 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는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정부 지원 자체가 미미한데, 거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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