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같은 달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부산 구포동의 한 주택가에서 남성 A씨(30대)가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친모 B씨(50대)와 함께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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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 모자는 경찰에 “평소 피해자였던 부부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며 “사건 당일 금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흉기를 들고 와 살해했다”며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부부를 향해 수십 차례나 흉기를 휘둘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B씨는 흉기에 찔린 여성이 일어나려 하자 세게 밀쳐 넘어뜨리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아들에게 손짓으로 알려 추가로 흉기를 휘두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들 모자는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아파트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남성을 살해해야 한다” 등의 대화를 나누며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전날 밤 지인에게 연락해 “작업을 하나 하려 한다”며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해 모자와 피해자들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엄마 B씨와 피해 부부의 남편인 C씨는 1998년 경북 김천의 한 다방에서 종업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가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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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B씨는 아들 A씨가 실직하고 A씨의 동생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자신과 정반대의 삶을 사는 C씨 가족에 분노를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출금 등을 청산하기 위해 큰돈이 필요해지자 B씨는 아들 A씨와 함께 “돈을 안 주면 가족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C씨를 협박했다.
C씨는 B씨의 요구를 거듭 거절했고, 모자가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2번이나 신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끔찍한 비극을 막지 못했다.
재판에 넘겨진 모자는 우발적 범행이라 주장했다. B씨는 공동정범임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A씨와 B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명이나 무참히 살해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불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특히 남편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다가 끝내 살해당한 아내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