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으로 알려진 그는 왜 자신의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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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12월의 추운 날, 서울 청계천의 한 다리 앞에 섰다. 그는 곧 뛰어내렸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구해준 구조대원에 끔찍한 사실을 털어놨고 곧 경찰에 체포됐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말이었다.
A씨가 경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A씨는 그날 집 바깥에서 담배를 한참 동안 피우다 들어와 망상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어머니가 ‘악마 같다’는 생각이었다. 종종 어머니는 A씨에 흡연 등으로 나무랐고 이에 격분한 A씨는 그날 흉기로 수차례 어머니를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차로 대전 외곽을 돌다 서울로 향한 A씨는 청계천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10년 전 A씨는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 국립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2년 다시 재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학교였지만 A씨는 다른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같은 해 수능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A씨는 복학을 했고, 논문을 준비하거나 영어점수를 따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의 우울감은 깊어졌고 게임과 담배 중독으로 이어져 그의 일상을 집어삼켰다. A씨는 입학한 지 10년 만인 2020년에서야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가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며 키워온 것은 진로 문제와 관련된 스트레스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었다. 대학 기간 따로 살던 어머니와도 졸업 뒤 같이 살게 됐지만 갈었던 시간만큼 사이는 쉽사리 좁히기 어려웠다. 거기에 취직 준비 등을 성실히 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기대와는 달리 A씨는 게임과 암호화폐 거래 등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중독 또한 문제가 됐다. 집에서 담배를 피워 이웃에게 종종 항의를 받게 됐고 어머니와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결국 A씨는 어머니와 살기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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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아닌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심신상실도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는 비슷하지만 심신미약보다 ‘의사를 전혀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경찰조사에서 범행 일시, 방법, 이후 정황 등에 대해 설명한 점과 누나와 감형 방법을 상의한 점 등을 들어 그가 심신상실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봤다.
정신감정 결과 A씨는 조현병, 단기정신병적 환각 등의 영향으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하다고 판단되나 심신상실 수준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행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묻기는 어렵다”며 “자신을 낳고 길러준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반사회·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 또한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지만 결과의 중대성 범행 수법 등이 잔혹해 조현병 등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원심 형이 가벼워 보인다”며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 역시 “2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