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영덕군 화천리에 대피하라는 안내가 없었다”며 “집에 홀로 있던 어머니는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귀중품을 챙기던 중 산불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불에 귀중품 등을 내팽개치고 몸만 나온 함 씨의 어머니는 연기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자 도랑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함 씨는 “엄마가 한 시간 정도를 계속 그 강에서, 연기가 너무 매우면 얼굴에 물을 바르고 기어서 나오신 거다”라고 전했다.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도착했을 땐 이미 함 씨 어머니의 집이 불길에 휩싸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함 씨가 공개한 영덕 화천3리의 집 밖 CCTV 영상에는 지난 25일 오후 8시 50분께 서서히 빨간 불빛이 보이며 불똥이 날아다니더니 약 10분 만에 화마에 뒤덮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
산불로 인해 이날 오전까지 영덕에서 8명이 숨진 걸로 집계됐는데, 오후 12시께 실종됐던 산불 감시원 1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지난 25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은 바다 위까지 덮쳐, 영덕군 노물리 항구에 정박했던 어선 12척도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바닷가 산비탈에 집이 따닥따닥 붙은 이른바 ‘따개비’ 마을에도 불이 옮겨붙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가 됐다.
4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약 1300명이 집을 잃어 대피소 10여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불길을 피한 집들도 곳곳에 정수장이 불에 타고 변전소가 정지되면서 전기나 수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오전까지 10%대를 기록하던 영덕 산불 진화율은 오후 5시 기준 55%까지 올랐다. 산림청은 영덕에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배치해 야간 진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