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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만기 금 선물 가격이 13일(미국 동부시각) 저녁 한때 전일대비 54.7달러(1.9%) 상승한 3001.5달러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이 3000달러를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2000년 초 온스당 289.6달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뛴 가격이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1년여 만에 100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금 현물 가격도 지난해 27%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이날까지 약 14% 올랐다. 이러한 급등세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다.
첫 번째 물결은 1971년 미국 정부가 금과 달러화의 교환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닉슨 쇼크’다. 당시 온스당 35달러로 고정됐던 금 가격은 1980년 873달러로 치솟았다. 두 번째 물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이 반사이익을 누렸고, 그 결과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가격을 다시 썼다.
금이 본격적인 투자 상품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안정을 위해 2001년 미국 금리를 4.75% 인하했다. 금값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금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2004년 금 상장투자펀드(ETF)가 미국에서 상장한 것도 유동성이 늘어난 계기가 됐다.
1·2차 급등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을 고려하면 현재 3차 급등세도 위기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1·2차 때와 달리 3차 급등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정치적·지정학적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배경엔 다소 차이가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중앙은행들의 금 구매량은 연간 1000톤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신흥국 수요가 높아지며 중앙은행들의 금 구매량은 2010년부터 14년 연속 확대했다.
이외에도 금 ETF를 통한 강력한 수요,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재개 기대가 커졌다는 점, 중국과 인도에서 현물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 등이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는 지난달 25일 기준 금 보유량이 907.82톤으로 늘어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삭소 은행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속, 관세 정책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거품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금에 대한 대체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앞으로도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자산운용사인 인크리멘텀은 2030년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4821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올해 말 금 선물 가격 전망을 온스당 2890~31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BNP파리바은행도 이번주 평균 2990달러로 기존 전망치에서 8%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