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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하는 줄 알았더니, 계란이었어?…트럼프 '뻘쭘'

방성훈 기자I 2025.03.17 10:15:48

계란값 급등에 美, 멕시코·캐나다서 계란 밀수 성행
작년 10월 이후 3768건 적발…전년比 36% 급증
미국서 사면 12개 5.9달러, 멕시코선 2~2.5달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약인 줄 알았는데 계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멕시코 국경을 감시하는 한 국경순찰대 요원의 밀수입 단속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달에만 해도 픽업트럭의 좌석과 예비 타이어에 숨겨진 64파운드(약 29kg)의 마약을 압수했기 때문이다.

계란 값이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미국인들이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밀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매체 더로직도 미국 국경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노프릴스 식료품점에 계란을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이 최근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다.

(사진=AFP)


지난달 미국에서 A등급 대형 계란 12개 가격은 평균 5.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3달러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10달러 이상에 팔리기도 했다. 반면 멕시코에선 같은 상품이 2달러 미만에 판매되고 있다. 밀수가 늘어나며 일부 국경 도시에서는 가격이 올랐지만, 그마저도 2.30달러 수준이다. 캐나다의 경우 노프릴스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3.73달러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계란을 불법적으로 사들이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미 전역에서 계란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했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인접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사무소에서 계란 압수 건수가 158% 급증했고, 텍사스주 남부 접경 도시 라레도에서도 단속 건수가 54% 늘었다. CBP는 캐나다 국경에서의 단속 건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모든 국경 지역에서 조류·가금류 관련 제품 압수 건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총 3768건으로, 펜타닐 단속 건수(352건)의 10배를 넘어섰다. 펜타닐보다 계란 밀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미국인들에겐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와 닿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불법적인 마약 단속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캐나다 상공회의소의 공공정책 책임자인 매튜 홈스는 더로직에 “불법 펜타닐 퇴치가 아무리 중요해도 이것이 관세 부과 결정과 관련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현재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밀수되는 계란이 펜타닐보다 훨씬 더 많다. 미국 북부 국경에서 발생하는 펜타닐 적발 사례는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계란을 포함해 조류·가금류 관련 제품을 밀수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식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질병을 퍼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첫 위반시 3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국산 계란 50개, 멕시코산 계란 150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 밀수 의도가 명백한 일부를 제외하면 계란만 압수하고 있다. 압수한 계란은 규정에 따라 파기된다. 한 국경순찰대 요원은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30개들이 계란 한 판을 사오는 경우가 많고, 불법이라고 알리면 자백한다. 이 경우엔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근엔 멕시코의 축제용 부활절 달걀인 ‘카스카로네’를 기념품으로 사오는 사례가 늘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카스카로네는 빈 달걀 껍질에 색종이를 채운 것이어서, 즉 내용물이 없어 질병을 퍼뜨릴 우려가 없기 때문에 합법이다.

미국 내 계란 값이 상승한 것은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생산감소가 원인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계란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오는 7월까지 튀르키예에서 1만 6000톤의 계란을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계란 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지난해 12월 8.4%, 올해 1월 13.8% 상승했다. 올해 남은 기간엔 41.1%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일부 외식업체는 계란이 포함된 메뉴에 추가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브루스 뮤어헤드 교수는 “더 많은 계란이 공급되려면 적어도 8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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