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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식품관(식당가 포함)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3사의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불황 속에서도 식품관은 크게 선방한 셈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다른 채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서비스와 품질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인기는 다양한 식료품과 그 자체의 소비 경험에 있다. 최근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소비 패턴은 외식에서 집밥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백화점 식품관은 ‘돈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현재는 일반 고객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가성비 좋은 HMR(가정간편식)’, ‘품질 좋고 트렌디한 상품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일반 대형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해외 고급 식재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직접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다.
식당가는 MZ세대 등 젊은 소비층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업계가 유명 맛집과 디저트 카페를 대대적으로 유치한 영향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해 2월 문을 연 디저트 전문 판매 코너 ‘스위트파크’는 현재 누적 방문객 1200만명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4월 중동점을 리뉴얼하면서 56개에 달하는 음식 디저트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은 2023년부터 에비뉴엘 잠실점에 미쉐린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등을 입점시키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도 일제히 식품관에 힘을 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 강남점 내 슈퍼마켓을 ‘신세계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총 1980㎡(약 600평)에 달하는 규모로 기존보다 면적을 두 배 이상 넓혔다. 롯데백화점도 오는 11월 잠실점 식품관을 프리미엄 테마를 적용해 전면 리뉴얼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중동점에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선보이고 올해부터는 압구정점을 중심으로 계산대에서 배송 접수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백화점의 이런 움직임은 쿠팡 등 이커머스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현재 이커머스는 패션에 명품까지 카테고리를 무한 확장 중이다. 백화점도 이제 이커머스의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다만 아직 식선식품과 F&B(식음료)는 최후의 보루로 평가된다. 이커머스가 아무리 배송 서비스를 발전시켜도 매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밖으로 나와야 할 이유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며 “이젠 맛집을 찾아왔다가 쇼핑을 즐기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는 중”이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식품관이나 맛집이 매출을 견인하는 유인요소가 되면서 더욱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백화점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