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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中 원료 비우고 국산 전구체로..공급망 자국화 나선 포스코퓨처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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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5.06.10 13:55:08

10일 연산 4.5만t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
中 의존도 높은 전구체…‘자급체제’ 완성
양극재 공장, ‘국산 원료’ 받을 준비 분주
“공급망 공고히…국가 산업 경쟁력 기여”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10일 찾은 전남 광양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평소 같으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를 새로 채워 넣고 있어야 했으나, 일부 라인은 오히려 설비를 비워내기에 바빴다. 중국산 대신 국산 원료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그동안 중국산에 의존해 온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국산화에 성공, 이날 광양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준공식에 앞서 방문한 전구체 공장 내부는 지난달 시운전을 마친 설비들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총 3400억원을 들여 지은 이 공장은 기존 광양 양극재 공장 부지 내 총 2만2400㎡(약 6800평)로 조성됐다. 총 10개 라인으로 연간 4만5000톤(t) 규모다. 이는 전기차 50만대분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날 전구체가 총 6단계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핵심은 반응 공정이다. 첫 단계인 용해 공정에서는 니켈·코발트·망간이 함유된 고체를 물에 녹인다. 이 검은 액체를 60㎥ 크기의 거대한 찜기를 닮은 반응기로 이송한다. 반응기에서는 고유의 레시피에 따라 화학 약품을 투입해 원하는 입도와 형상으로 결정화한다. 이를 다시 가루로 만들기 위해 세척·탈수·건조 공정을 거쳐 이물질을 제거하는 분급·탈철 작업을 마치면 전구체로 거듭나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이 10일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전남 광양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사진은 전구체 공장에서 직원이 제조 공정을 확인하는 모습.(사진=포스코퓨처엠)
전구체 ‘자체 조달’로 양극재 품질 향상

이곳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N86 양극재향 하이니켈 전구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전량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양극재 제조 용도로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에 국내에서 전구체를 생산 중인 업체는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와 에코앤드림으로 각각 연산 약 5만t, 3만t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포스코퓨처엠은 외부 판매가 아닌 내부 공급용으로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추후 일부 라인만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 생산을 위한 테스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곳에서 만든 전구체는 바로 옆 양극재 공장으로 이송된다. 양극재의 핵심 경쟁력은 균일한 품질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철저한 양극재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전구체는 원료 비중과 생산 방식에 따라 특성이 바뀌고 불순물 관리가 중요해 양극재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인데, 자체 조달을 통해 이런 변수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공장 내부는 온도 섭씨 36.5도, 습도 37%. 소성로가 뿜어내는 열기로 한여름처럼 후끈했다. 양극재 원료들은 외부와 차단된 컨테이너와 컨베이어 벨트로 이뤄진 소성로에서 하얀 사가(그릇) 안에 담겨 천천히 구워지고 있었다. 단 공정 일부는 비어 있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중국산 전구체를 쓰다가 자체 생산한 원료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기존 원료를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이 10일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전남 광양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사진은 공장에서 직원이 제조 공정을 확인하는 모습.(사진=포스코퓨처엠)
美 IRA 요건 충족…공급망 자국화 ‘속도’

포스코퓨처엠은 셀 제조사 등 고객사들의 요구로 전구체 공장 설립에 나섰다. 중국 전구체를 사용하면 올해부터 미국에 판매하는 배터리에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적용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최근 미국 하원의 감세법안 추진으로 IRA 세액공제에 대한 정책변동이 큰 상황이지만, 금지외국법인 요건 신설 등 중국산 공급망에 대한 규제 문턱을 높이는 추세라 전구체 공급망 독립은 필수적이다.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공급망 자국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핵심 원료인 니켈을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공급받는다. 비(非)중국산 니켈을 가공한 원료를 바탕으로 포스코가 고순도 황산니켈로 만들어 포스코퓨처엠 전구체 공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포스코HY클린메탈이 재활용을 통해 회수한 황산니켈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한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원료부터 반제품, 양극재에 이르는 자급체제를 완성했다”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자국 중심 통상체제에 맞서 국내 공급망을 공고히 하고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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