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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외국인 스파이 행위 간첩죄 처벌, 입법 늦출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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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06.30 05:00:00
드론을 이용해 군사시설 등을 무단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 2명이 최근 구속됐다.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주위에 드론을 띄워 사진 172장과 동영상 22개를 촬영했다. 해군 기지를 비롯한 군사시설이 주된 촬영 대상이었고, 한미일 연합 훈련에 참여한 미국 항공모함도 촬영됐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최근 2년 사이에 1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과 항만,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도 촬영 대상이었고, 촬영자는 주로 관광객이나 유학생 신분이었다.

이번 피구속자 2명 중 주범에게는 형법상 일반이적죄와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고, 다른 1명에게는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다. 외국인에게 일반이적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단 촬영에 이용된 드론이 중국 제품인데다 촬영된 사진과 영상이 중국 내 서버로 자동 전송되는 구조여서 일반이적죄 적용이 가능했다고 한다. 간첩 행위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간첩죄는 현행법상 ‘적국(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수사 당국이 궁여지책으로 일반이적죄를 꺼내 든 것이다. 간첩죄와 일반이적죄는 최고 형량이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인 것을 비롯해 처벌 수위에 차이가 있다.

북한 이외의 외국에 의한 국내 안보와 산업 기밀 탐지 및 유출 시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단체’로 확대하는 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돼 왔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가로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악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지만 그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간첩 행위에 동원되는 기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산업 스파이 활동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익과 안보를 지키려면 간첩 행위에 대한 전방위 대응이 시급하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간첩죄를 적국 하나만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나라는 우리 말고는 없다.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를 위한 입법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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