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닌 인간에 초점" KBS '성물' 제작진이 밝힌 2년의 기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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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기자I 2026.03.10 18:15:03

KBS 공사창립 대기획 다큐멘터리
성물 매개로 인간의 고통·믿음 조명
12일 4부 ''마음'' 끝으로 종영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에티오피아 북부 게랄타 지역. 한 소년이 가파른 절벽에 난 좁은 길을 맨몸으로 오른다. 발을 잘못 디디면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아찔한 길을 따라 소년이 향하는 곳은 절벽 위에 자리한 성지 아부나 예마타구 교회. 성지에서 만난 성물 앞에 선 그는 사제가 되기를 꿈꾸며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KBS '성물' 제작진. 왼쪽부터 김은곤김동일이송은 PD(사진=KBS)
KBS 공사창립 대기획 4부작 다큐멘터리 ‘성물’의 한 장면이다. 지난 3~5일 사흘간 1TV를 통해 1부 ‘언약’, 2부 ‘초대’, 3부 ‘말씀’을 차례로 선보인 이 다큐멘터리는 종교적 유물을 탐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물을 매개로 인간의 고통과 믿음, 회복의 이야기를 풀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고통과 회복의 이야기…‘성물’이 전하는 위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성물’을 공동 연출한 김동일·이송은·김은곤 PD는 최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동일 PD는 “단순히 성물이라는 물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위 여부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는 이미 많이 만들어졌고, 요즘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답변으로도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의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가 장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아젠다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람의 이야기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성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1부 '언약' 스틸컷(사진=KBS)
‘성물’은 각기 다른 고통의 형태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1부 ‘언약’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사제를 꿈꾸는 소년 크브롬의 이야기를, 2부 ‘초대’에는 토리노 성의 앞에 선 시각장애인 수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뒤이어 3부 ‘말씀’을 통해서는 신앙 갈등을 겪는 무슬림 청년 아지즈의 삶을 조명했다.

김은곤 PD는 “각 편에는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가’라는 공통 질문이 담겨 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종교가 직접 내려주지는 않는다”며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 연대하는 과정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일 PD(사진=KBS)
이 시대의 성물은 무엇인가…다큐가 던지는 질문

2024년 3월 KBS 대기획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게 다큐멘터리 제작의 출발점이다. 약 2년에 걸친 제작 기간 동안 제작진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종교와 인간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 과정은 고됐다. 김동일 PD는 “촬영팀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밤낮없이 절벽을 오르내리며 촬영에 임해줬다”며 “모든 스태프가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송은 PD는 “휴먼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은 연애와 비슷하다. 출연자와 진심으로 교감을 나누고 시간을 들여 관계를 쌓아야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한 덕분에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담길 수 있었다”고 했다.

1부 ‘언약’으로는 최근 5년간 방송한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중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집계 기준 5.1%)을 찍는 성과를 냈다. 김동일 PD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소년의 기도가 울림을 주지 않았나 싶다”며 “가난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사제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가진 모습에 제작진 또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은곤 PD(사진=KBS)
이송은 PD(사진=KBS)
'성물' 포스터(사진=KBS)
내레이터로 배우 김희애가 참여한 점도 화제가 됐다. 김동일 PD는 “황후처럼 자애롭지만 엄중한 분위기를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길 바랐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줬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성물’의 대미를 장식하는 4부 ‘마음’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신앙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 가족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김은곤 PD는 “1부로 가난의 고통을, 2부로 육신의 고통을 다뤘고, 3부로는 차별과 소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4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이 주제”라며 “결국 ‘성물’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송은 PD는 “어쩌면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를 보듬는 마음이 우리 시대의 성물일지도 모른다”며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물’ 1~3부는 ‘KBS 다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볼 수 있다. 4부 ‘마음’은 오는 12일 밤 10시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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