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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바람과 함께 기어봉 대신 버튼으로 P·R·N·D를 선택하는 이른바 ‘버튼식 기어변속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능형 내비게이션 덕분에 우리는 갈 길을 명확하게 알지만, 정작 오른손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세태다. 운전자들은 오늘도 “버튼식 기어 만든 자는 당장 자수하라”며 이를 간다.
사실 버튼식 기어가 갑자기 튀어나온 물건은 아니다. 크라이슬러가 1950년대 본격적으로 선보였지만 당시에도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며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변속기와 조작 장치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대신 전기신호로 제어하는 기술이 마련되면서 버튼식 기어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차체의 한정된 공간을 한 뼘이라도 더 알뜰하게 쓰려는 자동차 제조사에는 이보다 반가운 기술도 없었다. 거추장스러운 기어봉과 주변 장치가 사라지자 센터콘솔이 탁 트였고 수납공간, 컵홀더, 무선충전기 등 편의 장치를 배치하기도 수월해졌다. 조작이 전자식으로 바뀐 덕분에 자동 P단 체결과 자동주차 등 지능형 기능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자율주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도 놓았다.
사정이 그렇다 해도 운전자들은 사라진 기어봉의 빈자리가 아쉽다. 기어봉은 손끝에 걸리는 감각만으로도 변속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버튼식 기어는 전진·후진할 때마다 번거롭게도 시선을 아래로 옮겨 D와 R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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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어봉 특유의 찰진 손맛을 그리워하는 반응은 여전하다. 기어봉을 쥐고 자동차와 ‘밀당’하던 운전자들은 그 손끝을 통해 차와 한 몸이 된 듯한 일체감을 느꼈다. 기어봉에 대한 향수를 단순 ‘꼰대 감성’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애프터마켓에서는 버튼식 변속기를 기어봉 형태로 바꿔주는 튜닝 상품이 심심찮게 판매되고 있다. 혁신의 흐름을 거역하는 반동적인 작태지만 그 취지만큼은 이해가 간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기차에서도 수동변속기 기어의 감각을 재현하는 ‘가상 수동변속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다. 손으로 기어봉을 움직이는 감각은 살리되 내부 제어는 전자식으로 처리하는 구조다.
현대차의 ‘N’ 브랜드는 운전의 재미와 감각적 경험을 강조해온 만큼 이 기술은 앞으로 고성능 전기차에 차별화된 조작감을 더하는 요소로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간 기어봉이 ‘고성능 감성’의 상징으로 되돌아오는 역사의 아이러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