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고수들의 퇴직연금 수익률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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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6.01.22 06:25:00

[퇴직연금을 깨워라] 연중기획
4분기 기준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 21.6%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 2~3%대 맴돌며 현격한 차이
퇴직연금 '고수'들 최근 1년 수익률 38.8%…적극적 전략 펼쳐
실적배당형 비중 17.5%…여전히 원리금 보장 선호
제도 개선 및 투자자 교육 실시 필요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퇴직연금 시장은 매해 성장하고 있지만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은 양극화를 보이는 상황이다. 시장 수익률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낮고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과 보수적인 운용 문화에 따른 결과로, 가입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을 비롯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증시 상승 영향…DC형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 21.6%

21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증권·보험·은행)들의 DC(확정기여)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은 21.6%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3분기) 평균 수익률인 15.9% 대비 약 5.7%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증권사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곳은 24.62%를 기록한 현대차증권이었다. 보험사 중에선 43.42%의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은행 중에선 23.07%의 iM뱅크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원리금 보장형이란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투자돼 안정성이 높은 방식이다. 반면 실적배당형은 직접투자 등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실적배당형 자산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수익률을 높였다. 위험자산 편입 비중이 낮은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현격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2~3%대에 맴돌며 4%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DC형과 마찬가지로 운용 주체가 가입자인 개인형(IRP) 퇴직연금에서도 흐름은 유사했다. IRP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20% 내외이나 원리금 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3% 내외에 그치고 있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이 올라간 건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지난해 4분기 동안 약 23% 상승하며 직전 분기 상승률(11.49%)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50’의 지난해 4분기 상승률은 32.9%였다.

‘고수’들 최근 1년 수익률 38.8% 압도적

이른바 퇴직연금 ‘고수’들의 수익률을 뜯어보면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과의 간극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면서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DC 가입자를 선별해 분석했다.

금감원은 선발한 가입자들을 5개 연령대별(30대 미만·30대·40대·50대·60대 이상)로 구분하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100명씩을 뽑아 총 1500명을 퇴직연금 고수 그룹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퇴직연금 고수들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8%,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가입자 평균(1년 4.2%, 3년 4.6%)의 3.5~9.2배를 상회했다.

고수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펀드(ETF 포함), 채권과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79.5%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금융감독원은 “대기성 자금 비율도 8.6%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유 자금도 일부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 습관에서 비롯된 차이로 고수들은 주식형, 혼합형 펀드 등 적극적으로 자산배분 전략에 나서며 수익률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자동으로 가입된 상태로 수년간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원리금 보장 선호…제도 개선·투자자 교육 필요

그럼에도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여전히 실적배당형보단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시장은 43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실적배당형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를 보면 퇴직연금 총 적립금액은 4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운용 방식별로 보면 원리금 보장형이 74.6%, 실적배당형 17.5%, 대기성은 8.0%를 차지했다.

결국 제도 개선과 투자 교육 실시를 통해 실적배당형으로의 유인을 높여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계좌 자산의 30%를 예·적금이나 채권 등과 같은 안전자산(원리금 보장형)에 투자해야 한다는 현행 ‘30%룰’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옵트 인’(opt-in) 방식을 ‘옵트 아웃(opt-out)’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해야만 운용이 시작되는 옵트 인 방식에선 가입자의 선택이 없을 경우 적립금이 운용되지 않고 방치될 수 있다. 이에 자동으로 운용 상품이 지정되고 운용되다가 가입자가 희망할 시 언제든 다른 금융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옵트 아웃을 통해 실적배당형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간 정산·해지 요건을 강화해 중도 인출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근본적으로는 가입자의 투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현재는 매년 한 시간씩 형식적으로만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기대 효과를 바라기 어렵다”면서 “가입자가 입직·퇴직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과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기관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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