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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시즌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하는데 가장 큰 무기는 불펜이었다. 지난 시즌은 불편 평균자책점이 3.43으로 10개 구단 중 1위였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불펜을 어떻게든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고육지책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준PO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프로야구 준PO 5차전에서 4-1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PO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LG는 선발요원 3명으로 경기를 끝냈다. 진짜 선발 임찬규가 6이닝을 책임졌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손주영, 에르난데스가 각각 2이닝, 1이닝을 책임졌다.
프로 데뷔 6시즌 만에 처음으로 1군 붙박이 선발로 자리매김하고 규정이닝을 채운 손주영은 이번 준PO가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다.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손주영은 지난 준PO 3차전에서 선발 최원태에 이어 3회에 올라과 3⅓이닝을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거뒀다.
당시 3차전서 64개 공을 던지고 불과 이틀 휴식 후 이날 5차전에 다시 구원투수로 올라왔다. 7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첫 타자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 세 타자를 삼진 2개 포함, 잇따라 잡아내면서 1실점으로 막아냈다.
8회에도 등판한 손주영은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면서 KT로 넘어갈 뻔한 흐름을 LG쪽으로 확실히 가져왔다. 5차전 데일리 MVP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이번 준PO에서 손주영의 성적은 2경기(7⅓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이다.
외국인투수 에르난데스의 헌신은 눈물 겨울 정도다. 정규시즌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준PO를 앞두고 구원투수로 변신한 에르난데스는 준PO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7⅓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5경기에서 총 117개 공을 던져 2세이브 1홀드를 수확했다.
에르난데스는 2005년 위재영(SK), 2010년 강영식(롯데), 고창성(두산), 2013년 한현희(넥센), 2017년 원종현(NC)과 함께 단일 준PO 최다 등판 타이기록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외국인 투수가 단일 준PO에서 5경기에 등판한 것은 에르난데스가 처음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마음속 MVP는 에르난데스”라며 “에르난데스가 등판을 자처하고 더 던질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에르난데스의 그런 마음이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뛴 이유”라며 “에르난데스가 헌신적인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손주영에 대해서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는 준PO에서 KT와 혈전을 펼쳤다.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안고 삼성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한다. PO에서 삼성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손주영-에르난데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대로 두 투수가 준PO처럼 뒤에서 버텨준다면 PO도 못이기란 법이 없다. 염경엽 감독은 “PO에선 에르난데스를 마무리로 두고 다른 구원투수들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며 “손주영은 선발로 복귀해 2차전 또는 4차전을 맡길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