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 동성애자 고백 윤여정 "'결혼 피로연' 부모로서 경험 녹여"[BIFF](종합)

김보영 기자I 2025.09.19 17:46:48

영화 '결혼 피로연' 월드 시네마 섹션 기자회견
윤여정 "보수적인 韓 나아가야…인간은 모두 평등" 강조
한기찬 "퀴어 연기 경험, 영혼을 사랑하자고 생각했다"

[부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게이이냐 스트레이트(이성애)냐, 흑인이냐 황인종이냐 이런 카테고리를 나누고 꼬리표를 붙이는 게 한국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린 모두 인간이니까, 이런 문제에 한국이 더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영화 ‘결혼 피로연’에서 동성애자 손자를 둔 K할머니로 변신해 관객들을 만나게 된 배우 윤여정이 전한 바람이다.

앤드류 안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윤여정, 한기찬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국제)가 열리고 있는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영화 ‘결혼 피로연’의 주연 윤여정, 한기찬, 앤드루 안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 계획에 눈치 100단 K할머니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예측불가 코미디다.

‘결혼 피로연’은 부국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한국 최초 상영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1993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앤드루 안 감독은 원작 각본가 제임스 샤무스와 대본을 함께 각색했다. 이에 ‘결혼 피로연’은 제41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인 뒤 아마존 MGM 프로듀서상(픽션)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앤드루 안 감독은 부국제에 처음 방문했다. 실제로 자신을 퀴어(성소수자)라고 소개한 앤드루 안 감독은 1993년도에 개봉했던 원작을 처음 접했던 9살 때의 기억을 털어놓으며 이 원작을 리메이크를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털어놨다.

배우 윤여정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그는 “93년도에 그 영화를 본 게 아직도 기억 난다. 그때 처음으로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보게 됐고 특히 아시아인이 동성애자인 경우를 봤었기에 제겐 의미있던 일”이라며 “그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더 지나 한 사람이자 영화인으로서 이 영화에 많은 감명을 받게 됐다. 사실 이 영화가 너무 맘에 들었기에 꼭 리메이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93년 이후 굉장히 많은 게 바뀌었고 미국은 이제 동성애자가 결혼도 할 수 있게 됐다. 제 퀴어 친구들 중 결혼도 하고 가정 꾸려 자녀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며 “저도 이 시점에 결혼을 생각 중이고 아빠가 되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들뜬 마음과 불안감, 긴장감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고 특히 퀴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더 독특한 과제를 직면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눈치 백단 K할머니 자영 역을 맡았다. 극 중 자영은 원작의 설정에선 재벌 3세 손자 민(한기찬 분)의 어머니였던 역할이다.

윤여정은 이에 대해 “처음 제가 앤드루 감독에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는 엄마 역할로 받았었다”라며 “민의 엄마였는데 민 역할을 맡은 한기찬은 20대의 나이지 않나, 그런데 내가 엄마 역할을 한다는 건 너무 한 거 같아서 할머니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앤드루 안 감독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극 중 윤여정의 손자 민 역을 맡은 한기찬은 전작에서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해외에서 영어로 연기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기찬은 “역할 준비 과정에서 퀴어 영화 출연 경험이 있었기에 그때의 경험이 쉽지 않았다. 당시 주제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때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자고 생각했다. 남자냐 여자냐가 아니라 누군가를 우리가 사랑할 땐 그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는 거니까.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이런 마음으로 역할을 준비했다”고 준비 과정을 밝혔다.

또 “캐릭터 준비보단 영어가 더 힘들었다. 저는 한국에 태어나 자랐기에 영어권 국가 처음 가본 것이었다. 역할보다 영어 훈련이 더 필요했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LGBTQ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 만큼, 한국의 인권의 현주소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윤여정은 이에 대해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이 앞으로 좀 더 나아가면 좋겠다”는 소신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없고 누구나 평등하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그리고 한국인들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 미국처럼 돼야 한다 생각하는데 아직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제가 여기서 79년이 살아서 잘 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게이냐 스트레이트냐, 흑인이냐 황인종이냐 이런 카테고리를 나누고 꼬리표를 붙이는 게 한국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니까 더욱 그런 변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우 한기찬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특히 ‘결혼 피로연’은 촬영 과정에서 윤여정이 앤드루 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실제 대사에 녹이는 등 시나리오 작업에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윤여정이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본인의 첫째 아들이 동성애자이며 미국에서 결혼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윤여정은 이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기자회견에서 하진 않았다. 다만 “독립 영화 같은 것을 제가 선택하는 이유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다. 상업 영화나 그런 텔레비전 시리즈는 배우가 어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선을 넘게 되는 것이기에 독립 영화는 감독과 같이 만드는 분위기다. 어떤 파트를 꼭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앤드루가 아는 한국인, 내가 아는 한국인을 얘기하며 내가 경험한 한국인, 부모로서의 경험을 담아냈다”고 답했다.

한편 ‘결혼 피로연’은 부국제에서 상영 후 24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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