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할머니 떠올리며 눈물 흘린 성유진 “너무 늦게 우승한 것 같아”

주미희 기자I 2022.06.05 17:28:20

K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
"2번홀 3번 우드 잡고 공격적으로 공략해 이글"
"내 플레이 집중하느라 다른 선수 스코어 몰라"
우승 상금 일부 주니어 골프 선수들 위해 기부
돌아가신 할머니 떠올리며 '울컥'

성유진이 5일 KLPGA 투어 롯데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청라(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돌아가신 할머니가 ‘우리 손녀 우승하는 것 봐야 하는데’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너무 늦게 우승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다.”

5일 인천광역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한 성유진(22)이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우승 공식 인터뷰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성유진은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울컥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우승 퍼트를 마친 후 할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생전에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많이 늦어졌다”며 눈물을 훔쳤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4년 만에, 73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성유진은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신력 하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 포기하고 후회하지 말자’ 다짐하고 코스로 나갔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4년 전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이상 22) 등 쟁쟁한 신인 동기들의 틈바구니에서 크게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던 성유진은 2020년과 2021년 한 번씩 준우승을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에서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첫 우승 기회를 맞았지만, 마지막 날 흔들려 4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성유진은 “계속 선두를 지키며 마지막 날 무너지지 않고 우승하게 돼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성유진은 2번홀(파4)에서 약 15m 칩인 이글을 성공시켜 2위권을 5타 차로 따돌리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성유진은 이글 상황에 대해 “끊어갈지 3번 우드로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할 지 고민이 많았는데, 캐디의 조언을 듣고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다. 다행히 세 번째 샷 라이가 러프에 잠기지 않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늘 한 홀 한 홀만 보고 쳤다. 마지막까지 몇 타 차인지 몰랐고 우리 팀 스코어도 몰랐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5번홀(파4) 세 번째 샷이 벙커 샷이 배수구에 떨어지는 바람에 무벌타 드롭을 한 성유진은 네 번째 샷마저 홀을 크게 벗어나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장점이 앞선 실수를 빨리 잊는 것이라는 성유진은 “그 홀에 대한 감정은 그 홀에서 끝내야지 빨리 헤어나오지 못하면 하루가 다 망가진다”고 말했다.

다행히 성유진은 금방 다시 아이언 샷 감각을 회복하며 차례로 버디를 사냥했다. 이후 버디를 3개 더한 뒤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이미 경쟁자들보다 한참 앞서갔다. 성유진은 2위 김수지(26)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5일 KLPGA 투어 롯데 오픈에서 우승한 성유진이 챔피언 퍼트 후 두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성유진은 “같은 한화큐셀 소속인 (이)정민 언니가 오늘 경기를 앞두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유독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화큐셀 팀 문화에 대해 “골프는 개인 종목이다 보니까 아무리 친해도 경쟁자인데, 우리 팀은 팀 연대 의식이 크다. 언니들이 잘 챙겨주셔서 대회장에 오면 더 힘이 난다”고 밝혔다.

꾸준하게 기부를 해오고 있는 성유진은 이날 받은 1억4400만원의 우승 상금 중 일부를 기부할 계획이다. 성유진은 고등학교 시절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IMG의 주니어 선수 후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2년 동안 도움 받은 적이 있다.

프로가 된 후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성유진은 “그 도움이 없었다면 프로가 빨리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니어들에게 좋은 작용이 된다면 앞으로도 매해 기부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또한 성유진은 지난주 E1 채리티 오픈을 마친 직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다녀온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에픽하이와 혼네를 보러 갔다. ‘서재페’에서 좋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와 이번 대회에서 발산한 것 같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