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강욱이 SBS ‘커넥션’의 대본을 봤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이강욱은 ‘커넥션’ 윤호 역에 대해 “살인을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뒤에 그렇게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커넥션’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 이 작품에서 이강욱은 극중 순박한 외면과는 다른, 반전의 서늘한 이면이 숨겨진 정윤호로 분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온 친구들과의 인연과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등 어긋난 선택을 해 수렁으로 빠지는 인물이다.
이강욱은 정윤호를 연기한 것에 대해 “사실 용서받기 힘든 죄를 짓는 인물을 사랑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며 “그렇지만 어쨌든 그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다 보면 다가가게 되지 않나. 그러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윤호는 살인이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인정 받고 싶고 자격지심이 큰 사람. 결국 죽을 거라는 결말을 들었는데, 죽음으로 잘못을 용서받을 순 없지만 죗값을 치른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를 사랑하기까지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강욱은 정윤호에 날것의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감독님과 얘기했을 때 날것의 느낌을 보여달라고 하셔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윤호가 더 똑똑했으면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 상식적인 생각의 흐름이 아니라 윤호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호를 연기했지만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이강욱은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고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윤호는 연이은 살인을 저지르면서 긴장감을 안긴 인물이다. 정윤호가 등장할 때마다 ‘또 사고 치는 것 아니야?’, ‘또 사람을 죽이는 것 아니야?’라는 걱정이 쏟아진다. 대본을 본 이강욱 또한 이 같은 생각을 했다며 “저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본을 봤다. 그런데 제가 대본을 보는 마음이, 시청자들이 윤호를 바라보는 마음일 것 같았다. 시청자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윤호를 바라보겠구나. 그렇게 대본이 잘 나왔으니 잘 해낼 수만 있다면 덜 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호가 나올 때마다 긴장이 돼서 다른 의미의 ‘메기남’이라고도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윤호는 고교 동창인 강시정과 결혼한 인물. 정윤호의 어긋난 행동들이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했다. 정윤호는 내부 설정. 시정 역할을 연기한 류혜린에 대해 “공연을 하면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연기를 워낙 잘하시는 분이다. 감독님이 둘의 케미를 생각하시면서 캐스팅을 하셨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둘이 붙는 신이 많진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윤호가 아내를 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정이는 윤호를 금쪽이처럼 봐주고 있고, 이들은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힘이 없으니 그걸 가족들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며 채우려는 사람, 그리고 밖에서 못 받는 인정을 가족에게 받으려 하는 사람. 몇 번 안되는 신이지만 사정이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가족을 향한 윤호의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족을 정말 생각했으면 그렇게 했으면 안됐다”고 윤호를 비판하면서도 “소품으로 필요한 가족사진을 같이 촬영하는데, 그때 윤호가 정상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윤호도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겠다. 한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 안에서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강욱은 정윤호의 디테일한 것들까지 생각하며 인물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윤호의 의상은 의상팀에서 해주신 것들이다. 다 시정이 입힌 옷이라고 생각을 했다. 너무 허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잘 꾸민 것도 아니고. 그래도 시정이는 기죽지 말라고 남편 윤호의 옷을 신경 써서 입혀주고, 윤호는 시정이가 주는대로 입는. 그게 둘의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넥션’은 최고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강욱도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했다며 “오랜만에 연락 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더라”고 전했다.
이강욱은 “누군가 ‘잘 만든 작품이 취향을 이기더라’라는 얘길 해준 것이 있다. 극단에서 공연을 만들고 연출하고 연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취향이라는 것도 유행이 있지 않나.그런데 좋은 작품을 만들면 봐주시는 구나. 그런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