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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는 10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쿠도스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293: 아데산야 vs 스트릭랜드’ 메인 이벤트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4·뉴질랜드/나이지리아)를 5라운드 내내 몰아붙인 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49-46, 49-46, 49-46)을 거두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UFC 역사에 남을 대이변이었다. 아데산야는 UFC 미들급 역사상 앤더슨 실바(48·브라질) 이후 가장 위대한 챔피언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스트릭랜드는 현재 UFC 랭킹 5위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타이틀 도전이 어려운 위치였다. 하지만 원래 도전자였던 랭킹 1위 드리퀴스 뒤 플레시(29·남아공)가 부상으로 도전을 포기하면서 랭킹 5위 스트릭랜드까지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 전 스트릭랜드의 승리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스트릭랜드는 철저히 언더독이었다. 경기 전 UFC 공식 사이트가 발표한 스트릭랜드의 승리 배당률은 +450이었다. 100달러를 걸면 원금을 제외하고 45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 배당률이 높은 것이었다. 반면 아데산야의 승리 배당률은 -650이었다. 650달러나 걸어야 겨우 100달러를 벌 수 있따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트릭랜드는 아데산야를 압도했다. 원거리에서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아데산야와 거리 싸움에서 이겼다. 스탠스를 좁혀 아데산야의 킥을 견제한 뒤 가까이 붙어 복싱 싸움을 펼쳤다. 거리 싸움이 생각처럼 잘 안되자 아데산야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스트릭랜드는 경기 내내 아데산야를 케이지에 몰아넣고 펀치 싸움을 벌였다. 스트릭랜드는 총 85대의 머리 유효타를 적중시킨 반면 아데산야의 펀치는 22대밖에 스트릭랜드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 내용 면에서 스트릭랜드의 완벽한 승리였다.
스트릭랜드는 많은 UFC 파이터가 그런 것처럼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인생 자체가 싸움이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학대당하며 자랐다.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분노를 이겨내지 못해 모든 학교에서 퇴학당했고 일찍 학업을 포기했다.
스트릭랜드는 계속 삐뚤어졌다. 한때 인종차별주의 네오나치에 가담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를 구한 것은 종합격투기였다. 학교에서 쫓겨난 뒤 14살에 시작한 종합격투기를 통해 제대로 된 사회를 배웠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하는지 알게됐다.
스트릭랜드는 함께 운동하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인생을 돌아보고 반성했다. 그리고는 프로 파이터의 길로 들어섰고 데뷔 15년 만에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스트릭랜드는 평소 거침없는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아데산야는 중국인”이라고 말해 아데산야의 심기를 건들였다. 물론 경기를 앞두고 대중의 관심을 끌고 상대를 흔들려는 심리전이다.
평소 터프하고 강한 척하는 스트릭랜드도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뒤에는 눈물을 흘렸다. 아데산야는 자신을 이긴 스트릭랜드를 안아주며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소감은 많은 팬에게 울림을 선물했다. 스트릭랜드는 UFC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진짜 현실인 건가? 누가 나 좀 때려주라”며 감격했다. 이어 “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며 “난 종합격투기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뇌세포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힘든 인생사를 겪은 스트릭랜드는 챔피언 벨트라는 ‘결과’보단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격투기를 통해 새 인생을 얻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소감이었다.
그는 “내 허리에 감겨 있는 챔피언 벨트는 아무 의미가 없단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이 일상생활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이 벨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팬 여러분 덕에 나는 더 잘 살아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잘 살아가겠다”고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