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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업계 관계자들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템퍼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14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엠피엠지(MPMG) 사옥 라운지 엠에서 ‘중소기획사 뮤지션의 계약 분쟁 사태’를 주제로 열린 ‘2023년 대중음악산업발전 세미나’에서다.
‘템퍼링’은 기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가수가 다른 소속사와 부적절하게 접촉해 사전에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초고속 빌보드 차트 입성으로 주목받은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한 전속계약 분쟁에 나서면서 업계의 화두가 됐다. 어트랙트는 프로듀싱을 맡겼던 외주업체 더기버스가 외부세력과 결탁해 멤버들을 불법적으로 빼내 가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사 대표들 “現 표준계약서, 기획사에 불리”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레협)의 윤동환 회장은 “피프티 피프티 사태 이후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부분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두 주체를 동일 선상에 놓고 해법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중소기획사 대표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제정한 표준전속계약서를 계약 기간 준수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템퍼링’을 막을 방지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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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3세력과 전속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하는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세미나에 참석한 법무법인 지향 남상철 변호사는 “가처분은 전속계약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결정일 뿐인 만큼, 본안 소송 판결 전 제3자와 접촉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표준계약서 개정·꾸준한 소통 통해 분쟁 줄여야”
표준전속계약서를 가수의 활동 형태별로 세분화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강원 아이원이엔티 대표는 “국가에서 지정한 표준전속계약서를 활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질 수 있도록 계약서가 세분화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B기획사 대표(익명 요구)는 “아티스트가 어느 정도로 아파야 활동을 시킬 수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 분쟁에 돌입했을 때 기획사 입장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기획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C기획사 대표(익명 요구)는 “굵직한 논의 사항이 생겨날 때마다 새로운 부속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소속 아티스트와의 분쟁 소지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대중문화산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분야이기에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전 세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문제와 관련해 “유사 피해사례를 조사해 연내에 관련 표준전속계약서 기준 등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