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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난 배우 겸 감독 구혜선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편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혜선이 연출한 단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이 제29회 BIFF 커뮤니티 비프 부문에 초청받아 베일을 벗었다. 구혜선의 영화제 참석은 2022년 열린 제27회 BIFF 이후 2년 만이다.
구혜선은 지난 2월 카이스트 대전 본원 과학 저널리즘 대학원 공학 석사에 진학해 학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이번 영화제 초청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 그는 지난 1일 BIFF 전야제 MC를 시작으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커뮤니티 비프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GV), 음악 토크 행사까지 현장을 바쁘게 누볐다.
‘스튜디오 구혜선’은 뮤직 드라마 형태 단편 다큐멘터리다. 2012년 개봉한 구혜선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 ‘복숭아나무’의 주요 장면들을 그가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과 결합해 새롭게 재구성했다. 첫 영화 ‘복숭아나무’를 만들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의 실제 작업 과정, 다큐멘터리 작업 도중 경험한 상실과 고통, 치유의 과정 등 구혜선이 영화를 만들며 느낀 솔직한 심정들을 담았다. 60분 분량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목표로 영화가 제작 중인 가운데, 선공개 개념으로 15분짜리로 축약한 ‘스튜디오 구혜선’을 먼저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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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구혜선’이 나오기 전 겪은 개인적 아픔도 털어놨다. 다큐멘터리 작업 도중 반려견들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대로 작업은 중단돼 4년간 극심한 펫로스 증후군(반려견을 떠나 보낸 후 겪는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그는 “이 영화를 만들던 중 반려견 6마리를 하늘로 떠나보냈다”며 “작업이 불가능했던 게 2년간 음악을 아예 못 듣겠더라. 그러다 충동적으로 카메라와 봉제 강아지 인형만 들고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에서 음악을 매개로 이 영화를 떠난 반려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본업을 배우로 시작했지만, 연기를 떠난 지 10년이 넘은 구혜선은 이젠 ‘감독’이란 타이틀이 더 익숙한 인물이다. 처음 영화를 만든 게 17년 전으로, 그 사이 장편 5편, 단편 3편을 만들었다. 구혜선은 연출의 매력을 묻자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대답했다. 구혜선은 “저는 평소에 완전 아웃사이더다.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도 실제 함께하는 친구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내성적인데다 다른 연예인들처럼 끼가 많은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영화 찍을 때 만큼은 세상 ‘인싸’(인사이더)가 된다.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함께하는 스태프들도 기본 10년 이상 된 인연들이다”라며 “‘인간들 진짜 싫어’ 생각하곤 했는데, 그분들과 영화를 만들며 처음으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소통하는 기분을 느꼈다”고도 강조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정 덕분에 배우와 감독 외에도 화가, 작가, 작곡가, 학생 등 여러 타이틀을 보유 중인 구혜선은 연예계의 대표 ‘프로 N잡러’로 불린다. 앞으로의 목표는 음악과 시각물로 대중과 소통하는 ‘영상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영상학과 학부를 졸업 후 돌연 카이스트에 석사 진학해 전혀 다른 분야인 과학 저널리즘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도 전문적인 영상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구혜선은 “예술적인 일을 이미 하고 있고 예술, 철학 쪽을 공부했으니 내가 가진 지식들을 다 연결해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선 이젠 과학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포맷을 다양화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분야나 미디어아트에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석사까지 마무리해 전문 지식을 쌓는 게 나를 위해서도, 관객의 신뢰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