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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야구' 부활한 LG...염경엽 감독, 우승 중압감과 싸움 시작

이석무 기자I 2022.11.06 16:10:09
LG트윈스 지휘봉을 잡게 된 염경엽 신임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무조건 우승시켜”

12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염경엽(54) 신임 LG트윈스 감독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LG는 6일 제14대 감독에 염경엽 KBS N 해설위원 겸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옵션 3억원)이다.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장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현재 한국시리즈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키움히어로즈의 기틀을 다진 주인공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넥센히어로즈 감독을 맡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2017년에는 SK와이번스 단장을 맡아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던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LG와도 인연이 깊다. 2008년 LG 트윈스 스카우트, 2009년 LG 운영팀장, 2010∼2011년 LG 수비 코치를 역임했다. LG 구단 사정을 잘 안다. LG 구단은 “프런트와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염경엽 감독이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 상황이다. 류지현 전임 감독은 정규시즌 구단 역대 최다승(87승)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2위를 이끌었다.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LG에서만 29년을 함께 했던 인물이다. 가을야구에선 2년 연속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구본능 LG 구단주 대행은 성에 차지 않았다. 가을야구 결과에 크게 실망한 구본능 구단주 대행이 류지현 전 감독의 재계약 포기 및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직접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 과정에서 구단 핵심 관계자조차 배제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때 LG에서 시끌했던 ‘구단주 야구’의 부활 조김이 보인다.

구본능 구단주 대행은 야구 사랑과 관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학창시절 야구선수로도 활동했던 구본능 구단주 대행은 2011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321일 동안 KBO 총재직을 역임했다. KBO 리그 수익을 대폭 확충하고 리그 흥행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KBO의 버드 셀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자신이 보유한 12만장의 야구 관련 소장 사진 가운데 800여점의 사진을 추려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라는 책을 발간한 적도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원로 야구인의 모임인 일구회로부터 최고 영예인 ‘일구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곤 한다. 굳이 2000년대 LG 구단 암흑기 시절을 굳이 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한국 기업 조직문화 특성상 최고위층이 손짓하면 밑에선 태풍이 불어닥친다. 태풍은 힘들게 쌓아온 기반을 한 번에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 눈앞에 결과에 의해 선수, 감독, 프런트가 언제든 목이 날아갈 수 있는 프로스포츠단은 더욱 그렇다.

류지현 전 감독의 재계약 포기와 염경엽 신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구본능 구단주 대행은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 ‘무조건 우승’은 앞으로 모든 구단 운영의 방향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 감독을 짓누를 부담감이 어마어마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염경엽 신임 감독은 계약기간 3년 안에 팬과 구단주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그 시간은 더 짧아질수도 있다. 정말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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