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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의 18번홀(파5) 그린. 오지현(26)과 캐디가 신중하게 그린의 경사를 살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약 2.5m. 공이 놓인 지점부터 홀까지는 약간 왼쪽으로 휘어지는 경사여서 성공확률이 높지 않아 보였다.
캐디의 조언을 들은 오지현은 홀을 향해 공을 굴렸고, 데굴데굴 굴러간 공이 컵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버디로 연결돼 기분 좋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오지현은 이날 버디 5개를 잡고 보기 3개를 적어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오지현의 백을 멘 캐디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시우(27)였다.
김시우와 오지현은 오는 12월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다. 지난해 8월 오지현이 교제 사실을 밝히면서 공식 ‘프로골퍼 커플’이 됐다.
김시우는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끝난 PGA 투어 더CJ컵 이후 귀국해 예비 신부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이동했다. 이날 캐디를 할 계획은 없었는데 코스를 따라다니며 응원하다 18번홀에서 깜짝 캐디로 변신했다. KLPGA 투어 규정에 경기 중 캐디 교체는 제한이 없다.
둘은 교제 사실을 알린 뒤부터 공개 연애를 하고 있다. 종종 서로 경기하는 골프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다.
김시우는 지난해 이 대회 때도 골프장을 찾아 오지현을 응원했다. 지난 9월에는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 때 오지현이 일본으로 날아가 김시우를 응원했다. 당시 김시우는 “경기 때 (오지현에게) 심적으로 큰 힘을 받고 있다”며 “일본에서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있어서 좋다”고 예비신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기를 끝낸 뒤에는 드라이빙레인지로 이동해 마무리 연습을 했다. 김시우가 함께 따라가 오지현의 스윙을 봐줬다. 20분 정도 연습한 뒤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PGA 투어 활동 중 예비 신부를 응원하러 온 김시우는 다음 주 에쓰오일 챔피언십 때까지 함께 지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뒤 다시 귀국해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국내에서 프로골퍼끼리 결혼한 커플은 종종 있었다. 박인비(34)와 남기협(41) 부부가 대표적이다. 현역 투어 선수로는 KPGA 코리안투어를 뛰는 함정우(28)와 강예린(28)이 프로골퍼 커플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