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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이창동, 그동안 언론 인터뷰 꺼린 이유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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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18.05.27 12:07:11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이렇게 자꾸 설명하려니 민망합니다.” 이창동 감독은 연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거장’이란 수식어도 그에겐 특별한 자부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업을 해나가는 장인이었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버닝’은 이 감독이 ‘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었다.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국내서도, 현지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영화제를 끝내고 귀국한 이 감독은 여독을 풀 새도 없이 국내 취재진과 25일 만났다. 그는 인사말로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꺼렸던 이유부터 설명했다.

“얼굴을 많이 노출시키는 직업(2003년 2월 참여정부의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도 가졌잖아요. 그게 참 불편했어요. (영화를 준비하려면) 취재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야 하는데 말이죠. 가능하면 노출 빈도를 줄이자 싶었습니다. 또 작가나 감독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번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감독은 스포트라이트가 여간 불편한 듯 했다. 칸에서 보낸 1주일을 돌이켜보며 “체질에 맞지 않다”고 표현했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이 세상 모든 레드카펫의 모델이지만, 정작 본인은 싫다고 토로했다.

“칸에 대한 마음은 복잡해요. 레드카펫이 몸치가 춤추는 것처럼 어색합니다. 웃으면서 손 흔드는 게 끔찍해요. (웃음) 하지만 전 세계 모든 매체가 모이기 때문에 영화를 알리고 평가 받는데 그보다 효과적인 기회는 없죠.”

2007년 여우주연상(밀양), 2009년 경쟁부문 심사위원, 2010년 각본상(시). ‘불평’과 달리 이 감독은 유독 칸영화제와 인연이 유독 깊다. 안팎으로 경험이 많은 그는 ‘버닝’ 공식상영 이후 쏟아지는 호평이 오히려 의아했다고 떠올렸다. 전에는 “감동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다들 “좋다”는 말만 했다는 게 이 감독의 체감이었다.

“심사 내막을 겪어봤으니까 불안했어요. 오히려 평가가 너무 좋으면 떨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영화 전체로 보면 수상이 자극도 되고 활력도 되겠지만, (수상 불발로)그런 일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한편으론 칸 수상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반면 ‘버닝’은 국내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흥행만 놓고 보면 또 안타깝다. 손익분기점은 250만 명으로 알려졌지만, 개봉 2주차에 43만 명을 모았다. 이 감독은 “‘버닝’은 영화적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이라며 “이 영화의 질문이 질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주인공 종수(유아인 분),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 분) 누구 하나 완벽한 서사가 없음을 의도했지만 이를 “부족하다”로 결론 내렸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보이는 것, 믿는 것이 전부가 아닌 미스터리를 다루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왜 그런 방식을 택했을까. 그 배경에 대해 그는 “저를 포함한 제 세대는 세상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파인하우스제공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세상 모순이 있고 그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니, 답이 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그게 없어졌어요. 뭔가 잘못됐는데 문제가 뭔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편리해지고, 세련돼졌습니다. 개개인은 점점 왜소해지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는데 말이죠. 한때 분노를 표출하라는 책도 많이 나왔죠. 하지만 변한 건 별로 없어요. 그게 저에겐 미스터리였습니다. 분노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 없다는 무력감 말입니다. 해미의 고양이나 벤의 비닐하우스처럼 우리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일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끔찍한 무엇인가와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영화가 전하려던 것인데…자꾸 설명하게 되네요.(웃음).”

경쟁작은 공교롭게도 할리우드 대작이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데드풀2’ 등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이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슈퍼 히어로물과 붙었다”면서 그것이 ‘버닝’의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원하는 서사와 자신이 의도했던 서사가 달랐다고 인정했다. 모호함에 대해 말하는 ‘버닝’ 같은 영화는 “재미없어 하는 것 같다”는 신랄한 자기비판도 덧붙였다.

그에게 다음 계획을 물었다.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답을 내놨다.

“8년 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고민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늘 많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영화를 해야겠다는 의욕을 되살리는 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숙제를 풀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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