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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훈의 루틴, 그 속에 담긴 의미

박은별 기자I 2015.10.26 11:28:40
사진=NC다이노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2015시즌은 NC 지석훈에게 특별한 한해로 기억된다.

12년간 유망주로 지내다 처음으로 NC 주전으로 거듭난 1년. 가장 많은 137경기를 소화하며 466번 타석에 들어섰다. 사상 최초 팀의 9명 규정타석 진입 기록을 세운 1인 중 하나. 타율은 2할6푼7리. 공수에서 NC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어준 선수 중 하나가 지석훈이다.

지석훈의 가을야구도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그의 이름 석자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계기도 있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만들었고, 이는 NC의 포스트시즌 홈 경기 첫 승의 밑거름이 됐다. NC서 유일하게 홈런도 기록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시즌 내내 그런 지석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석훈 역시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 다해보고 있다”며 2015시즌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런 지석훈을 바라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장면 두 가지가 있다. 다른 3루수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이다. 투수에게 공을 건네줄 때 열심히, 그것도 아주 열심히 닦아주는 모습과 수비 내내 쉴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석훈은 올시즌 생긴 루틴이라고 했다.

지석훈은 3루수다. 이닝을 시작할 때 내야수들끼리 공을 던지고 주고 받는 라운딩을 하고 마지막엔 3루수가 투수에게 공을 건네준다. 보통은 3루수가 공을 던져주지만 지석훈은 투수에게 다가가 공을 살포시 건넨다. 그냥 건네는 것도 아니다. 양손을 이용해 공을 아주 열심히 닦아준다. 손 때가 묻을 것처럼, 아주 공을 찢을 듯이 문지른다. 지석훈은 “손목이 진짜 끊어질 것 같다”며 웃는다.

투수를 위한 절실한 마음에 비롯된 행동이다. 투구를 시작하기 전에 투수들은 공을 닦기 마련. 앞서 3루에 있던 지석훈이 “잘 던져달라”는 마음을 담아 공을 아주 제대로 닦아준다. 공을 그냥 던져주는 것과 3루수가 공을 아주 열심히 닦아 투수에게 건넨 공은 아무래도 투수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지석훈은 “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투수들도 “석훈이 형은 우리가 봐도 공이 아주 찢어질 것처럼 닦아주신다”면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고 우리가 오히려 고맙다”고 입을 모은다.

지석훈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선수이기도 하다. 포수와 함께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다. 3루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일종의 수비 시뮬레이션을 한다. 백핸드로도 잡아보고 플라이볼도 연습해보는 등 자신에게 공이 올 상황을 대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숨 돌리고 쉴 법도 하지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움직임은 계속된다.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그라운드다. 그렇게 연습하는 장면들이 고참 지석훈에겐 무게가 안 서는 장면일듯도 싶지만 지석훈은 고개를 내젓는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사실 3루는 지석훈의 주포지션이 아니었다. 2루나 유격수를 주로 봐왔다. 그와 비교하면 3루는 생소한 포지션이다. 긴장감도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지석훈은 시뮬레이션 연습을 통해 긴장감을 지워내고 있었다. 그는 “3루는 제일 어려운 포지션이다. 타구도 빠르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집중력도 더 높여주고 빠르게 준비해야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소한 행동들이긴 하지만 그런 모습들은 2015시즌 주전 3루수 지석훈을 있게 한 건 확실하다. 지석훈이 갖고 있던 야구에 대한 진지한 마음, 절실함을 엿보기에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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