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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란이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2837일이 걸렸다. 19일 브루나이의 엠파이어 호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합계 18언더파 195타를 쳐 8년 만에 우승에 성공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홍란은 경기 초반부터 한진선(21), 최가람(26), 지한솔(22), 장은수(20) 등의 추격을 받았다. 타수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노련함이 승부를 갈랐다.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면서 달아났다. 후반 들어서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버디를 만들어냈다. 11번과 12번홀 연속 버디는 추격에서 벗어나는 결정타가 됐다. 3타 차 선두로 앞서나간 홍란은 16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4타 차 선두로 여유를 찾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파를 지켜낸 홍란은 최가람과 지한솔, 장은수, 한진선(이상 합계 13언더파 200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19세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홍란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통산 우승은 3승에 그쳤지만, 그는 동갑내기 김보경과 함께 KLPGA 투어 최다 컷 통과 기록을 놓고 경쟁 중이다. 홍란은 2016년 4월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KLPGA 통산 200경기 예선통과에 성공했다. 김보경이 한 주 앞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최초로 200경기 예선통과에 성공한 데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그 뒤로도 홍란의 기록 행진은 계속됐다. 2017년에는 27개 대회에 출전해 20차례 컷을 통과해 기록을 235경기로 늘렸다. 데뷔 이후 14시즌 동안 한 번도 시드를 잃은 적도 없다. 김보경은 245경기 연속 컷 통과 행진 중이다.
홍란이 오랫동안 안정되게 투어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홍란과 함께 프로로 데뷔했던 동료들은 필드를 떠난 지 오래다. 가장 친한 동료였던 서희경은 2015년까지 활동한 뒤 결혼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와 달리 홍란은 여전히 필드에 서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 쿤밍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선수들에 비하면 거리도 덜 나가고 체력도 달리지만, 경험으로 젊은 선수들과 맞서고 있다.
올해 출발은 불안했다. 한 주 앞서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해 기록 행진이 잠시 멈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브루나이로 이동한 홍란은 우승이라는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예선 통과 기록도 236경기로 늘렸다.
200경기 예선 통과 기록을 세운 홍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200경기에 성공했으니 300경기 예선 통과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조용히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상금랭킹 46위(1억4301만9820원)에 오른 홍란은 이번 우승으로 2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시드를 확보했다. 올해도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난해처럼 20개 대회 이상 컷 통과에 성공하면 2~3년 뒤엔 300경기 예선통과라는 대기록을 쓸 수 있다. 서른두 살 홍란이 골프채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