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를 등에 업은 타력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장기적인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체 에이스의 등장과 롱런이 절실하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 같은 운영철학은 그의 시대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역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단장 취임 후 첫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고졸 우완 맷 해링튼을 지명한 걸 신호탄으로 ‘2002년 대학 좌완 제프 프랜시스(전체 9순위), 2005년 고졸 우완 채즈 로(32순위), 2006년 대학 우완 그렉 레이놀즈(2라운드), 2007년 대학 우완 케이시 웨더스(8순위), 2008년 대학 좌완 크리스천 프리드릭(25순위), 2009년 대학 좌완 렉스 브라더스(34순위)와 고졸 좌완 타일러 매첵(11순위), 2010년 고졸 우완 피터 태고(47순위), 2011년 대학 좌완 타일러 앤더슨(20순위), 2012년 대학 우완 에디 버틀러(46순위), 2013년 대학 우완 존 그레이(3순위)’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어다우드의 숙원, 매첵이 풀어줄까?
이렇게 많은 지명권을 투수에게 남발했지만 이제까지 그나마 성공했다고 보는 투수는 프랜시스(32)와 현재 로키스에서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브라더스(27)가 고작이다.
당초 목표였던 팀을 이끌어갈 에이스 발굴이라는 측면에서는 사실상 전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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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는 매첵이 끝내 만개할 것이라고 믿고 지난해 11월 그를 40인 로스터에 넣으며 ‘룰5 드래프트(마이너리그 드래프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매첵은 고등학교 시절 이른바 ‘천재(prodigy)’ 소리를 듣던 야구 유망주였다. 겉모습은 얼굴에 여드름이 난 여느 청소년과 다름없었지만 만 17살 때 190cm에 이르는 압도적인 피지컬(신체·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좌완 특유의 90마일 초반대 강속구를 뿌렸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구를 마음먹은 대로 구사하는 굉장히 성숙된 어깨를 보유한 명인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스카우트들은 회상한다.
2학년 시절 이미 그는 고교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고 3학년 때는 그해 ‘ESPN 매거진’이 선정한 전미 유망주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알아주는 전국구 재목감이었다. 심지어 매첵을 ‘미 국보투수’라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5·워싱턴 내셔널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차 ‘스트라스버그의 왼쪽 버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첵이 속한 캘리포니아주 미션 비에조의 ‘캐피스트라노 밸리 고교’의 라이벌 학교인 테소로를 이끌던 릭 브레일 감독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매첵과 또래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정도다”며 “장차 큰 무대에서 좋은 투수가 될 신호다. 그가 다음 레벨로 올라가서 위대한 미래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3학년이던 2009년 매첵은 오레곤대학교로부터 야구 장학생 최고대우를 약속받고 진학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그해 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의 1라운드 전체 1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직행으로 마음을 돌린다.
어다우드 단장이 그에게 제시한 계약금만 무려 390만달러(약 40억원)였다. 당시 팀 역대 신인 최다 계약금(현재 2위)을 새로 썼다.
엘리트의 첫 시련, 극복도 빨랐던 이유
실패를 모르고 질주하던 매첵에게 시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프로데뷔 첫해인 2010년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평균자책점(ERA) 2.92 등으로 괜찮았고 2011년 시작도 같은 무대에서 ERA 4.36 등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64이닝 동안 50개의 볼넷을 남발한 로케이션(제구)의 문제가 하이싱글A로 올라가면서부터 심각해졌다. 하이싱글A에서 33이닝 동안 볼넷이 46개나 됐고 ERA도 9.82로 껑충 뛰었다.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던 그에게 닥친 생애 첫 좌절감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매첵은 “육체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가 없었다. 내 삶을 통틀어 그렇게 실패한 적이 처음이었다”고 괴로워했다.
이어 “나는 18살이었고 22살을 상대해야 했다. 서서히 얻어맞기 시작하면서 점점 내리막길로 떨어졌다. 내 자신부터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4형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란 그는 유독 정신력이 강했다. 고교 2학년 시절 시즌 중 바이러스에 감염돼 섭씨 40도가 넘는 고열과 갑자기 20파운드(약 9kg)가 빠지는 체중감소에도 경기장에 나와 팀 동료들을 독려하고 불과 1주일을 참지 못한 채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마운드에 다시 서 팀의 귀중한 승리를 지킨 일화로 유명한 매첵이었다.
이런 터프한 정신력은 금세 그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된다. 2011시즌을 조기에 접고 집으로 일찍 돌아간 그는 정신적인 휴식기를 가졌다. 스스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생각을 정리한 뒤 머케닉(전체 투구동작)을 다듬고 손보는 것으로 야구인생 처음으로 맛본 슬럼프를 극복해나갔다.
콜로라도는 자체적으로 전 대학감독 출신인 앤디 맥케이 마이너리그 순회 ‘정신 기술(멘탈 스킬)’ 코치를 그에게 보내 빠른 회복을 돕는다. 매첵은 맥케이가 추천한 스포츠 멘탈에 관한 골프 관련 서적 등을 보면서 차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돌아온 2012년 좌절을 안겼던 하이싱글A에서 ERA 4.62(142.1이닝 95볼넷 153탈삼진)로 안정을 찾았다. 매첵은 “완벽하게 회복한 건 아니지만 손톱크기만큼씩 내 집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고 기뻐했다.
매첵은 2013년 더블A에서 ‘8승9패 3.79 142.1이닝 76볼넷 95탈삼진’ 등을 기록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 턱밑인 트리플A까지 올라 ‘5승4패 4.05 66.2이닝 31볼넷 61탈삼진’으로 활약했다. 첫 5경기에서 26이닝 동안 피안타 16개만을 내주며 ERA 3.04로 강한 인상을 심은 것이 콜로라도 선발진의 시즌 중반 붕괴를 틈타 꿈에 그리던 빅리그로 단숨에 뛰어오른 배경이다.
좌완의 완벽한 자질 그리고 1회 징크스
각종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매첵은 스카우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먼저 피지컬이 ‘6피트3인치(191cm)-210파운드(약 95kg)’로 당당하다.
평균 93마일(150km)에 최고 95-6마일을 찍는 패스트볼(빠른공)은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자연적인 무브먼트(공 끝의 움직임)가 인상적이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써클 체인지업), 커브 볼 등을 던진다. 이중 주무기는 슬라이더지만 최근 들어 체인지업의 구사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카우트들은 약간 쓰리쿼터 형식인 그의 딜리버리(투구시 팔을 휘두르는 동작)상 앞으로 체인지업의 발전 가능성과 위력이 증가될 것으로 예측한다.
스터프(구질 또는 구종)는 좌완 선발투수에게 꿈꿀 수 있는 모든 걸 다 갖췄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편이나 문제는 앞서 마이너리그 기록에서 드러나듯 로케이션(제구)에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커맨드(운영)가 부족하고 패스트볼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이 더러 나온다.
따라서 매첵의 경기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1회를 어떻게 던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회 마음대로 공이 들어가 잘 넘어가면 그날 경기는 대체적으로 만족할 성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회가 불안하면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 존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포착된다는 것이다.
매첵은 지난 1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가진 빅리그 데뷔전에서 ‘쿠어스 필드’라는 악재를 딛고 ‘7이닝 5피안타 2실점 무볼넷 7탈삼진’ 등의 역투로 승리를 챙겼다.
1회를 ‘땅볼2개-루킹삼진 1개’의 삼자범퇴로 가볍게 넘어간 것이 주효했다. 이후 5회 1사후 저스틴 업튼(27)의 우전안타가 나오기까지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펼쳤다.
1회 첫 두 타자가 나란히 3구째 빠른 공략을 했고 이게 땅볼로 연결돼 호투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방에서 류현진의 8승 도우미로 나서게 될 LA 다저스 타자들에게 그래서 1회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1회 아직 제구력이 완전치 않은 루키를 상대로 되도록 많은 공을 보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스스로 자멸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매첵은 류현진과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약 1시간 거리에 고향이 있어 가족과 약혼녀는 물론이고 많은 친구들을 초대할 꿈에 부풀어있다.
매첵은 “매우 좋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들 앞에서 공을 던지게 된다. 내게 많은 응원과 힘이 될 것 같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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