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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뒷걸음질 치는 기초종목...저변 확대가 우선이다

이석무 기자I 2016.08.23 11:11:26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일본 계주팀. 왼쪽부터 아스카 캠브리지, 키류 요시히데, 리주카 쇼타, 야마가타 료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스포츠는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단지 메달수에서 앞서서가 아니다. 육상, 수영, 체조 등 이른바 기초종목에서 월등히 앞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초종목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육상 47개, 수영 33개, 체조 14개)이 걸려있다.

엄청난 인적자원을 갖춘 중국은 기초종목에서 메달 14개(금3 은4 동7)를 수확했다. 육상 남녀 20km 경보에서 금메달을 휩쓸었고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쑨양이 금빛 터치를 했다.

남자 20㎞ 경보, 여자 해머던지기, 남자 배영 100m, 남자 400m 자유형에서는 은메달(육상 2개, 수영 2개)이 나왔다. 남자 세단뛰기, 여자 20㎞ 경보, 남자 개인 혼영 200m, 여자 배영 100m, 200m, 남녀 체조 단체에서 동메달(육상 2개, 수영 3개, 체조 2개)을 획득했다.

일본의 성적은 더욱 놀랍다. 기초종목에서 메달 7개(금4, 은3)를 따냈다. 메달 수는 중국보다 적지만 금메달은 오히려 더 많았다.

수영에서 남자 개인 혼영 200m에서 하기노 고스케, 여자 배영 200m에서 가네토 리에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조에서는 간판스타인 우치무라 고헤이가 단체와 개인에서 2관왕에 올랐다.

특히 남자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낸 결과는 충격적일 정도다. 그동안 아시아는 육상 단거리에서 세계 수준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개인 종목에선 여전히 벽이 높다.

하지만 400m 계주에서 일본은 완벽한 바통터치와 맞춤형 선수 선발로 신체적 약점을 극복했다. 아시아 국가가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일본이 처음이었다.

결승에서 5위를 기록한 중국 역시 3위로 들어온 미국이 사후 판독 결과 실격처리 되면서 4위로 올라섰다. 적어도 400m 계주에서 일본과 중국은 세계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반면 한국은 기초 종목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심지어 결승에 오른 선수도 다이빙의 우하람,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동안 한국 수영의 간판인 박태환 조차 훈련 부족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한국은 그동안 박태환(수영), 양학선(체조) 등 일부 천재에게만 의존을 해왔다. 하지만 천재가 사라진 뒤 드러난 민낯은 처참했다.

중국과 일본이 기초종목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풍부한 저변이 깔려있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최근 급상승한 경제력까지 더해지면 끊임없이 유망주를 배출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영재 발굴 시스템이 거의 모든 종목에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사회체육이 근간이다. 육상만 놓고 보더라도 일본의 중·고등학교 등록 선수는 각각 10만명에 이른다. 물론 이들이 다 운동에만 전념하는 엘리트 선수는 아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 선수’다.

그런 밑바탕 위에 최근들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늘어났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가 좋은 계기로 작용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30개, 종합순위 3위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장관급 부처인 스포츠청을 신설했다.

기초종목의 저변이 넓다는 것은 다른 종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육상의 스피드나 지구력, 체조의 유연성이나 조정력 등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정몽규 선수단장도 기초종목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21일(한국시간) 리우 현지에서 가진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일부 선수에 의존했던 기초 종목에서도 여전히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라며 “일본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장기적이 체계적인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과학적인 훈련 및 새로운 전략 도입, 우리 체질에 맞는 선택과 집중, 해외 사례 벤치 마킹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천재만 기다릴수 없다. 천재는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존재다. 우선은 천재를 못찾으면 인재라도 찾아야 한다. 저변이 넓어져야만 인재를 찾을 수 있다.

기초종목의 저변을 확대할 장기적 플랜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영원하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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