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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통산 2승의 박희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리조트(파71·637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 3개와 보기 2개로 8오버파 79타를 쳤다.
힘겹게 비축한 타수를 8타나 까먹은 박희영은 최종합계 2언더파 282타로 단독 2위에서 공동 29위로 밀려났다. 이븐파만 기록해도 준우승 성적표를 받고 올해 첫 톱10에 진입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아쉬움은 더욱 진하게 남는다.
3라운드를 2위로 마친 후 “드라이버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볼을 핀에 붙이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날에는 거리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던 박희영. 최종라운드 평균 비거리는 242야드로 평소 거리보다 짧았다. 하지만 14회 티샷 중 10회나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했다.
박희영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퍼트였다. 1~3라운드 평균 26.6개의 퍼트 수를 적어낸 박희영은 최종라운드에서 34개의 퍼트 수를 쏟아냈다. 66타를 기록했던 1라운드에서 단 22개의 ‘짠물 퍼트’를 뽐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개나 더 친 셈이다. 앞선 사흘 동안 보기 4개만을 허용했던 박희영이 이날 더블보기 3개와 보기 2개를 범한 이유도 모두 퍼트 난조 때문이었다.
이날 기록한 79타도 박희영의 뇌리에 오래 남을 숙제다. 일반적인 스코어 기준 파72를 적용하면 80타. 프로 선수에게는 성적을 떠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10개 대회를 소화하면서 적어낸 한 라운드 최악의 스코어 카드로 올해 유일한 컷 탈락 대회인 노스텍사스 슛아웃 대회(2일~5일)에서도 이 정도까지 무너지진 않았다.
부상과 우승에 대한 압박감이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박희영의 소속사 하나금융그룹의 박폴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왼쪽 손목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다. 1~3라운드는 정신력으로 마친 것 같다. 하지만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통증이 심해지면서 샷에 어려움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파만 하고 넘어가도 되는 어려운 홀에서 너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다. 특히 18번홀이 아쉬웠다. 3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에서도 무리한 공략으로 보기를 했다”며 “시즌 첫 우승에 대한 중압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후 2008년 미국에 진출한 박희영은 데뷔 3년 만인 2011년 첫 우승(타이틀홀더스)을 신고했고, 지난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통산 2승을 달성했다.
한편, 대회 우승컵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리젯 살라스(미국)의 품에 안겼다. 2012년 LPGA 투어에 뛰어든 이후 세 번째 시즌 만에 거둔 첫 우승으로 이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롯데 챔피언십과 올해 3월 KIA 클래식에서 준우승이다. 살라스는 지난해 톱10에 7차례나 오르는 등 우승 언저리를 계속 머문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가 8언더파 276타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랭킹 1위 복귀를 노리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마지막 날 3타를 잃고 공동 12위(5언더파 279타)에 그쳐 1위 탈환이 무산됐다.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2위에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