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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정형을 탈피했다”
정태수는 청부 살인업자다. 누군가를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없애는 사람이다. 세상에 있어선 안 될 ‘절대 악’이다. 그가 사회 정의 구현을 외친다. 감형을 위해 뛰지만 사람을 살리는 쾌감을 알게 됐다. 반성도 알고, 배려도 익힌다. 절대 악의 감정 변화에 여성 시청자의 마음은 녹았고 절대 악의 정의로운 액션에 남성 시청자의 심장은 뜨거워졌다. 조동혁은 의사, 검사, 교사, 기업인, 종교인 등 실제로 봤을 법한 캐릭터가 아닌 청부 살인업자를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를 고민했다. 그가 잡은 방향은 ‘탈(脫) 정형’이었다.
“정형화된 캐릭터는 싫었다. 굉장히 무섭지만 세련된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었으면 했다. 누가봐도 ‘쟤 진짜 무섭다’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저 사람은 살인자 같아’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도록. 복잡 미묘한 인물로 갔다. ‘야차’ 때부터 호흡을 맞췄던 한동화 촬영 감독님과 많은 상의 끝에 완성됐다. 이렇게 캐릭터를 다졌고, 그 다음부터는 한정훈 작가님이 주는 대본에 따라 연기했다.”
△스타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렇다면 정태수 캐릭터는 어떻게 구현됐을까. 세련되면서도 무서운 비주얼, 답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조동혁은 데이비드 베컴이나 브래드 피트의 헤어 스타일을 참고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날렵한 이미지를 한동화 감독에게 보여줬고 “괜찮다”는 답을 얻었다. 다음은 패션이었다. 청부 살인업자에게 무슨 패션일까 싶지만 그가 극중 액션을 할 때는 늘 슈트를 입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탁월한 계산이었다.
“슈트를 입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조직폭력배’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라야 했다.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3회에서 처음으로 슈트를 벗고 사복을 입었는데 정태수의 느낌이 확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부턴 액션을 할때는 꼭 슈트를 입자고 결정했고 7회에서 정태수가 또 다른 청부 살인업자를 만나러 갈때 슈트로 갈아입은 모습이 나왔다. ‘살인자와 살인자의 대결’이라는 걸 정태수는 알았을테니, 그에 대한 격식을 차린다는 의미로 슈트를 입은 거다. 정태수의 ‘슈트 액션’으로 청부 살인업자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는 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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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은 액션에 아는 게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실제 무술인이 사용하는 패턴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의 몸짓이 국내외 작품에서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쁜 녀석들’의 정태수를 완성하는 데 액션으로 차별화를 주고 싶었던 욕심도 그래서 컸다. 당초 계획된 액션은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보여준 패턴이었다. 영화 ‘용의자’의 공유가 소화한 액션과 연장선상에 있다. 현란한 칼 다루기, 절도있는 팔다리의 움직임이 골자다.
“‘아저씨’의 원빈처럼 하자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화가 나더라. 요즘 다 똑같은 액션 흐름이라 하기 싫었던 것 같다. ‘발차기엔 자신이 있습니다’고 말했고 3개월을 연습하면서 그 부분에 포인트를 뒀다. 그래도 팔과 다리가 긴 편이고 수트의 펄럭이는 움직임이 더해져서 정태수의 액션이 화려하게 표현됐다. 만족스럽다.”
△디테일, “아이디어의 적극 수용”
촬영에 그치지 않았다. 단독 촬영일 땐 현장을 벗어나서도 연구를 거듭했다. 촬영팀과 영상을 보며 액션의 동선을 다시 짰고, 디테일에 힘을 줬다. 주어진 대사 안에서, 배우의 혀에 캐릭터의 성격에 더 잘 붙는 말로 바꾸는 것을 적극 환영했던 한정훈 작가의 배려심도 조동혁에게 용기를 줬다.
“스태프와 작가님, 모든 분이 배우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준 덕이었다. 그래서 나도 연기하는 입장에서 더 진심을 다했을 거다. ‘내가 정태수라면’, ‘내가 정태수를 보는 시청자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범인을 취조하는 장면 중에 ‘빨리 말해’라고 외치면서 그의 손등을 볼펜으로 찍은 적이 있었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가는 신은 아니었다. ‘알겠다 말하겠다’라고 실토하면 그만하는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그럴거면 빨리 말하지 왜 이제야 얘기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솟더라. 옆에 있던 볼펜으로 확 응징해버리면 어떨까 제의했고, 수용해주셨다. 그런 디테일은 현장의 적극적인 응원 속에 완성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