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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고세이 일본 선수단 부단장은 지난 11일(한국시간) “고국 이외의 지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며 “특히 (이전까지 메달이 없었던) 10개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을 큰 성과로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어서 외국인의 입국조차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홈 코스의 유리함이 있었지만, 파리올림픽은 달랐다. 일본은 이번 대회 레슬링에서 금메달 8개를 휩쓸었고(은1·동2), 유도(금3·은2·동3) 등 기존 강세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금2·은2), 기계체조(금3·동1), 브레이킹(금1), 스포츠클라이밍(은1) 등 확실한 메달 후보가 아니었던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기타구치 하루카가 일본 올림픽 육상 창던지기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하며 육상에서도 성과를 냈고, 펜싱에서도 최초 올림픽 금메달(남자 에페 개인전, 남자 플뢰레 단체전)을 따내며 선전했다.
한국의 메달이 양궁, 사격, 펜싱, 태권도 등에 쏠리며 11개 종목에서 나온 것에 비해 일본은 16개 종목에서 메달을 캐냈다. 대회 참가 선수단 규모도 총 409명으로 145명이 나선 한국보다 훨씬 다양했다.
‘국가대표의 성적은 국가의 스포츠과학 수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로 종합순위 23위에 그치면서 큰 충격에 빠진 일본은 2001년 일본 국립 스포츠과학센터(JISS)를 설립했다. 트레이닝 시설, 경기별 전용 연습장, 식당 등이 갖췄다. 최신 기구, 장비들을 활용하고 스포츠 과학·정보를 제공하는 체계적인 시설로 만들었다. JISS는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프랑스 국립스포츠체육연구소와 제휴 협정을 체결해 올림픽을 대비하기도 했다.
또 일본은 2008년에는 한국의 진천선수촌과 같은 국립훈련센터(NTC)를 설립해 17개 종목 선수가 모여 집중 훈련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도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2011년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 단위로 경기력 향상 지원 시스템 확립 등의 스포츠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2015년 장관급 스포츠청을 만들면서 엘리트 체육 지원을 더 늘렸다.
정부 차원의 육성과 일본 특유의 생활 체육 저변이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학교마다 야구, 축구 등은 기본이고 카누, 체조 등 특화된 스포츠 동아리를 가진 곳이 많다. 일본 중·고등학생의 50% 이상이 운동부 동아리에 소속돼 있을 정도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폐막한 직후부터 파리올림픽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특히 파리 대회를 1년 앞둔 지난해부터는 정기적으로 온라인 스터디 세션을 개최해 코치와 선수들을 참여하게 했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 지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스포츠의 가치와 올림픽 선수의 자부심을 고취했다.
오가타 미쓰기 일본 선수단 단장은 “파리올림픽에서 일본의 성공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전국 스포츠 연맹 간의 철저한 정보 교환 덕분”이라며 “정보 과학을 이용한 분석이 일본의 경쟁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