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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권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기해가 연기한 김치열은 특별한 꿈이나 지망하는 대학조차 없는 매사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활발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감 제로의 평범한 학생이자 ‘아싸(아웃사이더)’ 캐릭터다. 지난달 31일 첫 공개된 파트1에 이어 뜨거운 기대 속 베일을 벗은 파트2에서는 대규모 구체 제거 작전 한 달 뒤, 이춘호(신현수 분) 소대장의 부재로 그 누구의 지시가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처절한 생존 서바이벌을 이어가는 성진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의 이야기가 그러졌다.
구체와의 숨막히는 전쟁 속에서 병원을 수색하던 치열은 그토록 먹고 싶었던 초코바를 발견한 것보다 새 건전지를 찾았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지르며 꺼져버린 카메라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기록병으로서의 임무를 잊지 않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혹시라도 내가 죽게 된다면, 고백조차 못하게 될까봐 이렇게 남겨 둔다”며 자신이 짝사랑하는 이나라(최문희 분)를 향한 영상 편지를 촬영하면서도 끝내 좋아한다는 고백은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자책하는 소심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에 친구들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왕태만(문상민 역)이 싸움을 말리려는 이나라를 거칠게 밀쳐내자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는 등 사랑 앞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상남자 면모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친구들의 내면을 가장 속 깊게 들여다보는 치열의 따뜻한 심성은 기록병으로서 인터뷰 촬영에 임할 때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치열은 반장 김유정(여주하 분)에게 “너의 얘기도 들려달라”며 늘 자기 자신보다는 친구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는 그를 챙기는가 하면, 수능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털어놓는 국영수(안도규 분)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기도 했다.
마침내 악몽같은 전쟁이 끝나고, 그토록 기다리던 수능이 재개됐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슬픔과 허망함 속에 수능을 마주하게 된 김치열의 담담한 독백과 함께 끝이 나며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지난 2020년 유튜브 채널 ‘치즈필름’의 웹드라마 ‘남자무리 여사친’으로 데뷔한 김기해는 첫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마녀2’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토우 4인방의 막내로, 지상파 첫 주연작인 KBS 드라마 스페셜 ‘방종’에서 미지의 초능력을 손에 넣은 다크 히어로 오병훈으로 활약하며 신들린 연기력으로 눈부신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