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일문일답)

이석무 기자I 2020.11.11 17:14:12
프로야구 LG 트윈스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가 11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화려했던 프로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악바리’ 정근우(38·LG트윈스)는 172cm라는 작은 키를 극복하고 정상에 자리에 우뚝 섰다.

정근우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키가 작다는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며 “힘들고 지칠 때 포기 않고 이겨낸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작은 키에도 불구, 악착같은 플레이로 주목받는 신인 김지찬(삼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지찬은 정근우보다도 9cm나 작은 163cm다.

정근우는 “우연찮게 모 식당에서 김지찬을 만났다. 작년 청소년야구를 다 봤고 그때 팬이 됐다. ‘형이 너 팬이야.’라고 얘기해줬다”며 “도루나 수비 연습을 더 많이 해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근우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프로야구 선수 정근우로서 마지막 인사드리는 자리다. 연습게임 도중 프로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 듣고 혼자 펑펑 운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16년이 지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하니 마음이 아쉽다. 솔직하게 은퇴 기자회견 하면서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다. 16년 동안 많은 사랑과 기대 이상의 많은 결과를 얻었다. 은퇴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그동안 사랑해주고 아껴주신 팬들에 감사드린다. 1~2년 전 포지션 방황을 하면서 여러 고민이 많았다. 다시 2루수로 뛸 기회 얻었고 2루수 정근우로 마지막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 제2의 인생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린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

-은퇴 결심을 굳힌 것은 언제인가.

△올 시즌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지고 나서 계획을 조금씩 세우기 시작했다. 2루수로 내 모습 봤을 때 기대했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

-2루수로서 가장 좋았던 시절은 언제인가.

△2006년 골든글러브 시작으로 2017년까진 탄탄대로였다. SK 시절 국가대표, 한국시리즈 우승 등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이뤘다. 한화에서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LG에서 마지막을 잘 보내 이 자리까지 왔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랑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국가대표 유니폼 입고 2루수 나간 게임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마지막이라 생각 못했는데 주장으로서 행복했다.

-본인의 수식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악마의 2루수’ 좋다, 김성근 감독님에게 펑고를 너무 많이 받았다. 악마가 되지 않으면 안 됐다. 위로는 몰라도 좌우로는 절대 빠뜨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비했다.

-은퇴 결심 후 김성근 감독에게 연락했나.

△시즌 끝나고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벌써 그만두느냐’라고 하시기에 ‘시기가 왔다. 감독님 덕분에 잘 컸고 덕분에 이 자리에 온 거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은퇴 결정에 주변에선 어떤 얘기를 하던가.

△1년 더할 수 있다고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하지만 스스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기대 이상으로 이룬 것이 많았다. 감사의 마음을 갖고 물러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 은퇴 결심을 했다. 1년 뒤보다 지금이 시기라 생각했다.

-김태균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태균이가 많이 울더라. 어릴 때부터 야구하는거 많이 봤다. 원클럽맨으로서 그 정도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서 박용택과 포옹을 나눴는데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다.

△나한테도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 이닝 마지막 경기라 생각이 들더라. 용택이 형에게 ‘고생이 많았어요’라고 얘기를 나눴다.

-박용택에 비해 은퇴가 덜 주목받았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이 또한 저한테는 감사하다. 은퇴 발표를 중간에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용택이형이 은퇴 투어 잘하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내가 은퇴한다고 하면 용택이형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침 팀도 순위가 결정되지 않아 시즌이 끝나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82년생 황금세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미 그만둔 친구, 올해 은퇴한 친구에게는 너무 대단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계속할 친구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샆다. 그 친구들과 경쟁해왔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정근우에게 2루는 어떤 의미인가.

△2루수 처음 볼 때 선배들이 한 자리에서 10년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때 난 10년 넘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몇 년 전 포지션을 옮기면서 2루수에 대한 미련이 컸지만 다른 포지션을 공부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2루수 자리 꿰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와 늘 경쟁하고 이겨냈다. 나한테 이긴다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게 아니다. 항상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가장 애착 가는 기록이 있다면.

△2루수로서 최다 경기 출전, 도루 등이다. 2루수로서 수비 능력과 1번 타자로서의 득점 등이 종합된 기록이다.

-찾는 곳이 많을 것 같은데 향후 계획은.

△이제 막 그만둔 상황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제부터 찾아봐야 하다.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뒷바라지 해준 가족이 있다, 어떻게 좋은 가장과 아빠가 될지 고민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마지막 경기 끝나고 집에 들어갈때 애들이 ‘고생많았습니다’라며 큰 절을 해주더라. 정말 감동이었다. 와이프는 묵묵히 ‘지금까지 해왔던 매경기가 감동이었고 수고했다’고 얘기해주더라.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는데 내려놓으니 홀가분한가.

△어느 선수든 마찬가지겠지만 경쟁에서 지기 싫었다. 연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안되면 될 때까지 연습을 했다. 엊그제도 스윙을 했는데 방망이가 맞더라. 열정이 너무 많아 쉽게 내려놓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내려놓겠다.

-지도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면.

△어릴 때 조성옥 감독님도 계시고 2군 감독, 아마 감독님들도 계시다. 그분들 아니었다면 대학도, 프로도 못갔을 것이다. 그전에는 고마움을 잘 몰랐는데 은퇴한다고 하니 ‘정말로 잘 키워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혹독한 지옥훈련을 통해 최고의 2루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했다. 혼자 훈련도 많이 했다, 고교때와 대학때 프로에서 총 3번의 입스가 왔다. 팔꿈치 수술도 3번 했다. 고교때 의사가 이 팔로 야구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 왼팔로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수술이 잘됐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덕분에 이 자리에 있게 됐다.

-KBO 역대 2루수라는 평가에 대한 본인 생각은.

△맞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뛰어넘도록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야구 선수로 키울 생각인가.

둘째는 공부를 잘한다. 첫째는 야구를 하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야구하면서 지치고 힘들기도 했다. 첫째는 행복하고 재미있게 야구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아들이 아빠 기록은 다 뛰어넘겠다고 하더라.

-은퇴 발표 이후 친구나 선후배로부터 메시지를 많이 받았을 텐데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안왔다, ‘왜 은퇴한다는데 연락이 없냐’고 했더나 축하하기도 그렇고 위로하기도 그래서 쉽게 연락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네 덕분애 프로야구 열심히 재밌게 봤다고 해주더라.

-야구선수 정근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키가 작다는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다. 하루도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때 포기 않고 이겨내준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키가 작은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키로 야구하는게 아니다. 우연찮게 모 식당에서 삼성 김지찬을 만났다. 작년 청소년야구를 다 봤고 그때 팬이 됐다. 너무 잘하더라. ‘형이 너 팬이야’라고 얘기해줬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면서 본인이 잘하는 것, 도루나 수비 연습을 더 많이 해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1~2년 전 포지션 방황하면서 여기까지인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무너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면 누군가는 아픔이 있을 텐데 그 선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겪어보자고 생각했다.

-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있나.

△여러 길을 많이 열어놓았다, 아빠, 가장도 하고...일단 가족을 위하는게 첫 번째다,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천천히 결정할 것이다.

-(비슷하게 키가 작은)신민재 선수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솔직히 컨택트, 주루, 수비 못하는 게 없다, 팀 사정상 백업으로 나왔지만 머지않아 LG 주전선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력도 좋지만 인간성, 사람이 괜찮다.

-오토바이라 불릴 정도로 주력이 좋았는데 후계자가 될 만한 후배가 있나.

△야구하면서 도루도 많이 했다. 지금 야구 분위기는 도루보다 홈런으로 점수를 많이 뽑는다. 부상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 나는 그냥 뛰어서 홈플레이트에서 득점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부상 걱정보다 팀이 이기는 게 좋았다. 후배들도 매 순간 자기 플레이를 100%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올해 2루수 주전 경쟁을 펼찬 정주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현이가 기록은 나를 못넘을지언징 계속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시즌 중 주현이한테 얘기했다. 네가 형한테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2루 자리는 너의 자리다. 책임감 갖고 승리를 이끌 주전 2루수가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내년에는 공수주에서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 2루수 만의 매력이 무엇인가.

△베이스 커버, 역동작이 많은 포지션이다. 할 때는 몰랐는데 어떻게 저렇게 많이 움직였을까 싶더라, 되돌아보니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최고의 유격수 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SK에선 나주환과 (박)진만이형과 호흡을 맞췄다. 한화에선 너무 많았고 LG에선 오지환과 주로 함께 했다. 모두 내가 부족했던 부분 잘 메워줬다. 특히 박진만 선수와 키스톤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몇 년 함께 하면서 안하게 키스톤플레이 했던 것 같다.

-끝내기나 결승타를 많이 쳤는데 가장 기억남은 순간은.

△2018년 kt랑 하면서 끝내기 스리런 홈런 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많이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나도 포지션 방황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는데 그 홈런이 다른 포지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그 환경에 잘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야구선수로서 정근우는 어떤 선수였나.

△정말 잘해왔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선수. 최선을 다한 선수. 그 자리에서 일등이 되고 싶은 선수였다. 그 꿈을 이뤄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KBO팬들, 엘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지금까지 정근우에게 많은 사랑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쉬움 대신 행복함 가지고 은퇴하게 됐습니다. 너무 감사했고 고맙습니다. 엘지 트윈스 팬들,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입니다. 엘지 트윈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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