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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행복의 나라’의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조정석과 유재명, 추창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행복의 나라’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두 줄기의 큰 사건 ‘10.26 사태’와 ‘12.12 사태’ 사이에 발생한 대통령 암살사건 재판 실화를 소재로 내세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앞서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등 10.26 대통령 피살 사건 및 12.12 군사반란 실화를 소재로 다뤘던 근현대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하며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나라’는 두 영화가 다룬 시점의 사이에 발생한,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을 다룬다. 이에 지난해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서울의 봄’이 쏘아올린 근현대사극을 향한 대중적 관심을 ‘행복의 나라’가 또 한 번 되살릴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추창민 감독은 “그 시대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화면에서 필름의 느낌이 났으면 했다. 지금의 기술상 다시 필름을 쓸 순 없지만 필름 느낌이 날 수 있게 기술적으로 구현했다”며 “제일 중요한 건 배우들의 감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최대한 디테일하게 앵글도 다양히 맞춰가며 배우들의 표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려 노력했다. 지켜보는 정인후와 그 시대의 상황에 빠진 박태주, 박태주의 속마음 세 가지를 교차해서 표현하려 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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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민 감독은 ‘행복의 나라’의 기획, 연출의 의도에 대해 “큰 사건들보다 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들,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저는 더 호기심이 생겨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고 이선균이 연기한 ‘박태주’란 캐릭터와 관련해 실존 인물인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이유도 설명했다. 추 감독은 “박흥주라는 인물이 극에서 시작이 됐다기보다는 10.26과 12.12 사이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도출된 인물이었다. 그 인물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외 많은 부분들은 다른 변호인들도 그렇고 정인후도 그렇고 대부분이 가공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현실로 그대로 치환해선 안되지 않나, 다큐로 받아들이면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박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에 대해선 “그가 어떤 범죄를 일으켜 벌을 받았다는 것보다 중요했던 팩트는 인간적으로 그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라며 “좌우 이념을 떠나 그분의 평가들을 살펴보면, 참군인이었고 가정에서 성실하고 인간적으로 훌륭했단 게 정설이다. 그런 분을 모티브로 삼는 건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면 그 인물을 가져오는 걸 주저했을텐데 그 분은 좌우 진영을 떠나 훌륭했던 사람이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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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면서 느낀 고충도 털어놨다. 조정석은 “아무래도 저도 사람이다 보니 연기하다 보면 감정에 복받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시퀀스별로 잘 조절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 표현이 된다면 인후의 감정선들이 잘 보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다. 그래서 감정 표현의 정도와 관련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길 나눴다”고 떠올렸다.
가공의 캐릭터란 이유로 실화라는 소재에 큰 부담을 가지진 않았다고. 조정석은 “사실 그 부분은 영화 촬영할 때나 시나리오 읽을 때 따로 걱정하진 않았다. 제 캐릭터가 가공의 캐릭터란 사실에서부터 영화적인 면이 시작되는 것이고, 저로선 오히려 그 안에서 최대한 배우로서 발휘할 역량들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자 기회라 여겨졌다”며 “영화적 장면들이 충분히 잘 배치됐기에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유재명은 극 중 대통령 암살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합동수사단장이자 당대 권력의 상징과도 같던, 야욕에 휩싸인 인물 ‘전상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재명이 연기한 ‘전상두’는 앞서 개봉한 다른 작품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이란 캐릭터와 같은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가공의 악역 캐릭터다. 이미 ‘서울의 봄’에 같은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던 만큼 이에 대한 그의 부담도 적지 않았을 터.
다만 이에 대해 유재명은 “정인후와 박태주의 서사가 이 영화의 중심이고, 전상두는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대 권력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 인물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나 양이 적었기에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이들 사이에서, 이들이 내는 느낌을 해치지 않고 전상두의 상징적 이미지를 최대한 절제하면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의 봄’의 영향을 따로 받은 건 없었다고. 이와 관련해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이 나오기 전에 이미 편집을 마친 상태였기에 따로 영향을 받진 않았다. 그 사이 편집 방향이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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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 후반에 극 중 박태주가 정인후에게 ‘자네에게 진 빚이 많아, 자넨 좋은 변호사야’ 말해주는 장면을 봤을 때, 저 역시 그 모습에서 이선균 배우가 조정석 배우에게 ‘자네는 정말 좋은 배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며 “제 개인적 경험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우연치 않게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있었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란 멘트였다”며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배우를 하는 우리들의 행복, 에너지를 느낄 수 있던 시간이 아닐까. 힘들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조정석 역시 “극 중에선 이선균 배우와 제가 한 편이고, 유재명 배우와 적대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마치 삼형제처럼 즐거웠다”며 “이선균 배우는 너무 좋은 형이고 같이 연기할 때만큼은 정말 뜨거웠다. 연기가 끝나면 그 누구보다도 따뜻했던 분이었다. 이 영화를 함께 하게 돼 지금도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행복의 나라’는 오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