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 선수 속 아틀레티코전 결승 골 주인공
광주 이순민, "7년 해 온 것보다 한 경기 임팩트가 더 강해"
"뜻밖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일상 돌아갈 것"
| 이순민(광주FC)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깜짝 결승 골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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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고 생각했던 이순민(광주FC)은 짜릿한 극장골로 승리를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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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수많은 스타가 모인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가장 빛났던 건 평소 다른 선수를 빛나게 해주던 이순민(광주FC)이었다.
지난달 27일 팀 K리그는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스페인 라리가의 강호 아틀레티코에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이순민이 간결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프로 입단 7년 차인 그가 쌓아왔던 시간보다 그날 한 경기에서 새긴 인상이 더 강했다. 이순민은 ‘이데일리’를 통해 “7년 해 온 것보다 아틀레티코전 한 경기 임팩트가 더 강한 거 같다”며 “팬들로부터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 오랜 시간 연락 못 했던 친구들도 ‘잘 봤다’고 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경기였던 게 실감 났고 내가 참 감사한 기회를 받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아틀레티코전 이후 약 이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이순민의 일상도 다사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변화가 있는 듯 없는 느낌”이라며 “다시 광주로 돌아와 훈련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삶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길 가다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는 정도”라고 웃었다.
| 이순민(광주FC)은 득점 상황에 대해 공이 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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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민(광주FC)은 슈팅하기 좋게 패스를 준 제르소(인천유나이티드)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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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에게 결승 골 순간을 조금 더 자세하게 떠올려 달라고 했다. 그는 “경기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높게 올라가서 세컨드 볼을 노려보자’고 생각했다”며 “나도 모르게 공이 올 거 같은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르소(인천유나이티드)에게 리턴 달라고 소리쳤는데 내가 원하던 대로 너무 잘 왔다”며 “골대 안으로만 넣자고 했는데 생각한 궤적 그대로 들어가서 신기했고 더 기뻤다”라고 덧붙였다.
이순민은 도움을 준 제르소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제르소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내가 잘해서 넣은 거라고 말해줬다”며 “역시 축구 잘하는 선수는 인성도 좋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광주는 인천 원정을 떠난다. 이순민은 제르소를 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는 제르소에 대해 “빠르고 기술도 좋아서 힘들다”며 “이제 조금 친분이 생겼으니 ‘천천히 하라’고 말 좀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리스마로 유명한 이정효 광주 감독은 이순민의 골을 보며 축하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밝히기도 했다. 이순민은 “그날 경기 후 감독님께서 바로 연락을 주셔서 ‘뿌듯하고 기쁘다’고 하셨다”며 “부러웠고 멋있었다고도 말씀해 주셨다”라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운 쭉 이어서 해왔던 거에게 집중하자고 하시면서 그렇다고 나에게 건방 떨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웃었다.
사실 이순민의 극적인 골에는 소소한 뒷이야기가 숨어 있다. 경기 당일 오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주관으로 미디어 자율 인터뷰가 열렸다. 인터뷰 중 이순민에게 ‘평소 멋진 중거리로 득점을 하곤 하는데 이번 경기에 넣게 된다면 어떤 세리머니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 이순민(광주FC)은 경기 전 취재진의 세리머니 공약 물음에 ‘마음을 비워야 경기가 잘 된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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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민(광주FC)은 조카와 하는 세리머니도 잊지 않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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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은 손사래를 쳤다. 당시 그는 “그런 거에 신경 쓸 때마다 경기를 잘 못했다”며 “마음을 비워야 경기가 잘 된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래퍼로도 활동하는 이순민의 특징을 살려 ‘래퍼 세리머니’를 추천했다. 또 마찬가지로 래퍼 활동을 하는 멤피스 데파이에게 앨범 선물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이순민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순민은 “인터뷰 때 말했던 거처럼 경기 들어가서도 마음을 비우고자 했고 흐름에 몰입하고자 했다”라고 했다. 세리머니에 대해선 “정신이 없었는데 연맹에서 요청했던 ‘빅맨 세리머니’는 했다”며 “현장에 가족, 지인, 여자친구가 와 있어서 뭔가 하나씩 하긴 했다”고 말했다. 또 “얼굴에 브이 포즈를 갖다 대는 건 조카와 약속했던 세리머니”라고 말하면서도 “관중이 많고 함성이 커서 그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그날 경기에서 스타가 된 탓에 못 한 것도 많다. 경기 후 여러 인터뷰에 참여했고 지인을 비롯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순민은 “다른 팀원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하다 보니 다른 걸 생각하기엔 벅찼다”며 “데파이에게 앨범을 전해주는 건 더 생각 못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런데도 “가까이서 함께 보고 뛰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감사함으로 간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이순민(광주FC)은 자신처럼 선수 겸 래퍼 활동을 하는 멤피스 데파이(아틀레티코)에게 앨범을 주지 못한 걸 아쉬워 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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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레티코전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표현한 이순민(광주FC)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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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선물하려고 했던 데파이는 팀 K리그를 상대론 결장했고 맨체스터 시티전에 나와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순민은 “우리와의 경기에 나왔다면 생각나서 말도 걸고 했을 텐데 아쉽다”며 “맨시티전에 교체로 나와 흐름을 바꾸는 걸 보고 ‘역시 힙합 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스하며 싸울 상대는 아니고 존경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래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순민은 아틀레티코전을 돌아보며 “유명한 팀, 선수와 직접 부딪쳐 본 새로운 경험이었다. 축구 인생을 보내는 데 있어 분명히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한 경기로 확 변하고 다른 사람이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좋은 기운이 모여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초심에서 다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