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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총재는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KBO가 처벌 규정을 촘촘하게 해야 한다”며 “상벌위원회 개최보다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구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전 키움히어로즈 선수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키움 구단은 3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와 선수 계약을 맺고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강정호의 복귀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이 월등히 높다. KBO는 아직 강정호의 임의탈퇴 해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야구팬들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법적인 문제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구연 총재도 “강정호 문제에 대해 지금 보고를 받고 있고 여러 각도로 조명을 해봐야 한다”며 “현재 고민 중이고 심사숙고해 팬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강정호의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숨기지 않았다.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사회적으로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며 “야구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종목인 만큼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차원에서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허구연 총재는 선수들의 팬서비스 정신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김광현의 인터뷰 발언을 언급하면서 “선수들의 연봉은 구단에서 주지만 실제로는 팬들이 주는 것이고 팬들이 없다면 구단이 돈을 줄 일이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선수들이 더 많이 느끼고 팬들에게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2년 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김광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있는 동안 느낀 점이 많은데 어린 선수들도 팬 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깊었다”며 “저도 팬서비스를 잘 할 것이고 다른 선수들도 (팬서비스를)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허구연 총재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젊은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데 우리가 그동안 챙기지 못했다”며 “우리 야구계가 젊은 세대들이 야구를 친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대전 신축야구장 문제와 관련해선 더욱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허구연 총재는 “후보가 바뀌었다고 공약을 바꾸는 것은 정치 논리로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이다”며 “지자체에서 갑질하고 야구단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거기에 머물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더불어 “만일 대전구장이 새로 지어지지 않으면 총재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볼 생각이다”고 단언했다.
그밖에도 허구연 총재는 “야구 놀이를 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더 많이 늘어야 한다”면서 “학습권 보장도 좋지만 먼저 거기에 맞는 인프라를 갖출 것을 대통령 인수위에도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실업팀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선수로 뛴 정통 야구인인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야구 해설가로 이름을 떨쳤다.
1985년에는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으면서 역대 최연소(34세) 사령탑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인해 이듬해 중도 해임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1987년 롯데 자이언츠 코치, 1990년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를 맡아 현장감각을 쌓았다.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2005년 규칙위원장을 시작으로 2007년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2009년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 2018년 총재 고문을 역임했다.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들의 추대를 거쳐 25일 구단주 총회에서 만장일치 서면 결의로 24대 KBO 총재로 선출됐다. 허구연 총재의 임기는 지난 2월 중도 사임한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