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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현빈 분)를 비롯한 독립군들이 하얼빈 의거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겪는 외롭지만 의로운 여정들을 숭고히 그렸다. 이동욱은 ‘하얼빈’에서 대한의군 좌현군을 이끄는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아 숭고한 앙상블에 힘을 보탰다. 이창섭은 독립 투쟁 방식을 둘러싸고 원칙과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안중근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하얼빈’은 개봉시기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탄핵 정국과 우연히 맞물리며 눈길을 끌었다. 조선의 혼을 뭉개려는 일제의 집요한 억압, 힘든 나라의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나갔던 독립군들의 숭고한 여정이 오늘날의 힘든 시국 속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용기와 희망, 위로를 준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동욱은 최근 나라를 뒤흔든 일련의 상황들을 경험하며 영화의 개봉을 지켜본 솔직한 심정을 묻자 “여러분들과 저도 같은 마음이었다. 영화 개봉은 최소한 세 네 달 전부터 미리 정해두는 작업인 만큼 전혀 의도한 게 아닌데, 우연찮게 시국과 맞물려 개봉하니 인생사 모르는구나,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이란 생각이 들더라”며 “지금의 이런 시국과 이런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맞물리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항공 참사란 국가적 슬픔을 경험했다. ‘하얼빈’은 이에 국가애도기간이던 지난 4일까지 모든 홍보를 멈추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애도기간이 끝난 후 주말부터 ‘하얼빈’은 조용히 무대인사를 재개했다. 이동욱은 6일 무대인사에 처음으로 합류해 이날 오후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이동욱은 무대인사에 임하는 무거운 마음가짐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은 저희가 연말에 무대인사 계획을 했었는데 (참사 직후 모든 일정을) 다들 그렇듯 취소를 했었다. 아마 전날부터 무대인사 등 재개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솔직히 당연히 마음은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도 뉴스를 봤다. 참사와 관련한 뉴스들이 나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 채널을 돌리게 되더라. 그럼에도 저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살아가야 하니까 쉽지 않다”며 “오늘 무대인사도 저로서는 ‘하얼빈’으로 처음 참여하는 거라 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그분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어떤 반응이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이 무거운 건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