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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양의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경찰청 복무로 아주 긴 시간을 함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짧고 굵은 임팩트를 준 선수로 기억에 남아 있다.
김 감독은 “양의지는 항상 타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볼배합을 한다. 머릿 속에 능구렁이가 숨어 있다. 좋은 볼배합을 하는 포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양의지는 어떤 볼 배합을 하는 포수일까. 타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볼 배합이란 어떤 것일까. 30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서 그 말의 속 뜻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2회 2사 후 타석에 이호준이 들어섰다. 양의지는 초구 커브에 이어 2구째는 직구를 선택했다.이어 3구째는 다시 커브였다. 커브와 직구의 스피드 차이를 이용한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승부였다. 하지만 볼 타운트가 2-1으로 몰렸다. 이 때 양의지가 선택한 공은 슬라이더였다. 스피드는 커브보다 끌어올리지만 공의 변화로 배트를 비켜나겠다는 계산. 예상대로 이호준의 방망이가 헛돌며 2-2가 됐다. 이어 양의지는 좀 더 빠른 공으로 이호준의 방망이를 밀리게 하며 1루 땅볼로 솎아냈다.
그리고 4회 2사 후 테임즈 타석. 양의지는 3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지며 볼 카운트를 2-1으로 만들었다. 평소 양의지의 스타일이라면 계속된 슬라이더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의지는 곧바로 태세를 전환한다. 4구째 직구에 테임즈의 스윙이 크게 돌아나왔기 때문이다.
직구에 타이밍을 맞히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자 거포 테임즈를 상대로 2개 연속 직구 승부를 걸었다. 이 역시 예상대로 테임즈의 방망이가 다시 헛돌며 삼진 아웃으로 마무리 됐다.
7회 박석민을 병살타로 솎아내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초구 커브를 던져 3루쪽 땅볼을 유도했다. 전 타석에서 7구 승부 중 4개의 슬라이더를 던지게 했던 양의지다. 박석민은 슬라이더에 전혀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바로 다음 타석인 만큼 슬라이더가 예상되는 타이밍. 그러나 전혀 다른 구종으로 박석민을 유혹하며 땅볼을 유도해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대목도 있었다.역의 역으로 가는 발상도 때로는 실패할 때가 있었다.
8회 동점을 허용한 상황이 그랬다. 양의지는 2사 후 안타 2개를 잇달아 맞은 뒤 이종욱을 상대했다.
볼 카운트가 2-0으로 몰리자 직구로 카운트를 잡았다. 이종욱은 공 1개를 지켜봤다. 이어 4구째도 직구였다. 이번에도 이종욱은 움직이지 않았다.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을 수 있는 상황. 양의지는 과감하게 직구 승부를 들어갔다. 그러나 이종욱은 이 공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좌익수 앞으로 보냈다. 1-1 동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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