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재철 "무대인사 목돌리기, 최민식이 사랑에 보답하라 조언"[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4.03.06 16:32:24

"빙의 일본어 대사 신, 50가지 버전 녹음하며 연습"
"목 돌리기 CG 도움 받아…그래도 최대한 돌렸다"
"재미교포 아내 도움…난 풍납동 출신 토종 한국인"

(사진=키이스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파묘’의 신스틸러로 활약한 배우 김재철이 화제를 모았던 목꺾기 등 빙의 장면의 촬영 과정 및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또 자신의 이름에 담겨있던 뜻밖의 역사 코드, 항일적 색채를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고도 전했다.

김재철은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흥행을 기념해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오컬트의 상업적 흥행에 기여했던 장재현 감독이 전통 무속신앙과 풍수지리, 음양오행 등을 소재로 선보인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톱배우들이 처음 도전한 오컬트 장르로도 눈길을 끌었다. 개봉 후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담은 은밀한 ‘항일’ 코드가 알려지며 화제의 중심에 선 상황. 이에 전 세대 예비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실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영화의 상징 및 디테일을 해석하려는 N차 관람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개봉 11일째 6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이번주를 기점으로 7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이대로의 속도면 지난해 개봉한 ‘서울의 봄’을 이어 2024년을 여는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김재철은 ‘파묘’가 발굴한 신스틸러 원석이자,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재철은 ‘파묘’에서 거액의 돈을 주고 할아버지의 묘 이장을 의뢰한 미국 LA 부잣집의 장남 ‘박지용’ 역을 맡아 섬뜩한 열연을 펼쳤다. 박지용은 조상의 친일 행적 덕분에 가문 대대로 막대한 부를 누린 친일파의 후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묘에서 비롯된 ‘묫바람’(조상의 산소에 탈이나 그 화가 후손에게 미치는 기이한 현상)으로 남모를 고충을 견디고 있었다. 부친의 대에서부터 자신을 거쳐, 갓 태어난 어린 아들까지 한치의 예외없이 환각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자신이 화를 입더라도 아들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묘 이장을 강행했다가 할아버지 혼령에 빙의돼 위험에 빠진다.

김재철은 초반부터 담담해 보이면서도 묘한 어두운 기운을 풍겨 관객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이후 황국신민선언문을 읊고 목을 돌리며 섬뜩하게 일본어 대사를 읊는 등 소름끼치는 빙의 연기로 ‘파묘’ 초반부의 오컬트적 매력을 살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김재철은 화제의 빙의 장면에 대해 “빙의된 채 선언을 하는 장면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차 감독님이 먼저 안부 전화를 해주셨다”며 “그때 한창 촬영 중이셔서 바쁘실까봐 연락을 못 드리던 차에 선언문 장면을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드렸다. 감독님이 이에 ‘잘 됐다, 직접 녹음해볼까?’ 제안을 해주셨다. 그 장면은 밤에 집에서 연습할 수도 없었다. 혼자 차 안에 들어가 소리도 막 질러보고 50가지 버전으로 녹음을 했다. 목이 쉴 정도로 연습했다. 그렇게 괜찮은 것들을 10개~20개 정도 추려 감독님께 드렸다. 이를 바탕으로 감독님이 새벽까지 잠도 안 주무시고 일일이 피드백을 주셨다”고 회상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감독님 본인이 따로 녹음해서 주시기도 했다. 너무 감사했고, 감독님이 보내주신 것들과 제가 연구한 걸 잘 섞어 현장에 나갔다”며 “덕분에 현장에선 기술적 부분들만 고민하면 됐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거쳤다. 그밖에 초반 박지용이 말하는 말투와 불안함의 정서를 어느 정도 톤으로 잡을 것인지도 감독님과 직접 만나 계속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러면서 많이 느낀 게 ‘감독님이 나를 책임지려 노력하시고 애정을 갖고 계시는구나’였다. 결과적으로 관객들도 노력을 잘 알아 봐주신 거 같아 자신도 뿌듯하지만 감독님께 다시 감사드린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장안의 화제였던 ‘목 돌리기’ 장면의 비화도 전했다. 김재철은 “목이 돌아가는 장면은 CG로 합성하긴 했지만, 제가 돌릴 수 있는 최대한을 돌리며 연기했다. 당시 바퀴달린 의자에 서서 연기한 터라 의자를 돌려가며 기술적으로 촬영했다. 결과본을 보니 CG팀이 많이 고생했을 것 같다”며 “이 장면 덕분에 무대인사에서도 목 정말 많이 돌렸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안겼다.

그는 “사람들이 목 돌리는 장면보고 많이 놀라더라, 성공했다 싶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무대인사 때 목 돌렸을 때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배우로서 조금의 기여라도 하고 싶었다. 선배님들이 무대인사 때 워낙 재미있게 잘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지만, 거기에 나도 조금은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무대인사 목 돌리기는 최민식, 유해진 등 선배들의 응원과 조언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라고. 그는 “처음엔 진짜 목 돌릴 생각까진 못했고, ‘목이 부드러운 남자 김재철입니다’란 소개 정도 준비했는데 옆에서 선배님들이 ‘돌려드려’ 말씀해주셨다. 거역할 수 없었다”는 너스레와 함께 “선배님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땐 보답을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마음으로 열심히 돌려드리면 된다 해주셔서 자신있게 돌릴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연기할 땐 CG가 있었지만, 무대인사는 CG가 없으니 돌리기 더 힘들더라”고 토로해 폭소를 유발했다.

영화 속 박지용의 교포 말투는 실제 재미교포인 아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도 고백했다. 김재철은 “교포 역할에 영어 대사가 한마디라도 있으면 아내가 녹음을 해준다. 저는 그걸 바탕으로 달달 대사를 외워 준비한다”며 “사실 난 토종한국인이다. 고향이 서울 송파구 풍납동 출신”이라고 밝혀 포복절도케 했다. 그러면서 “사실 영어 대사가 두 줄 넘어가면 좀 힘들다. 앞으로 또 이런 역할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느낀다”며 “다행히 아내가 교포로 영향을 받아서인지 원어민 발음이 쉽지 않은데 감독님들이 진짜 교포 느낌이 난다고들 하시더라. 와이프의 남동생도 현재까지 미국에 살고 있다. 그 친구가 이번에 발음 보더니 ‘형님 발음 엄청 좋다’고 칭찬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유한 교포가 아니어도 다른 캐릭터들을 맡을 자신이 있다. 다만 ‘하이에나’란 드라마로 처음 그런 이미지가 어필이 된 게 계기가 돼 비슷한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물론 그 캐릭터들 전부 다른 매력을 가진 좋은 역할이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앞으론 다른 캐릭터로도 인사드릴 기회가 있길 바란다. 다른 작품에서 ‘파묘의 그 분이 맞아?’란 반응을 들어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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