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3주만에 처음 잡은 바벨인걸요"
2008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서 무관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여전히 유쾌했다.
이배영은 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린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 77kg급에 출전해 인상 135kg으로 4위, 용상 160kg 6위, 합계 295kg으로 6위에 그쳐 단 한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목에 걸린 메달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3주만에 바벨을 잡았는데 부상 없이 대회를 잘 끝내 다행이다"는 이배영이었다.
다리에 쥐가나는 바람에 실격당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더 이상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배영은 당초 이 대회 출전을 고사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꼭 참가해달라"는 대한역도연맹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체중 감량의 부담까지는 안을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당초 자신의 체급인 69kg급 보다 한 체급 올려 77kg급에 출전했다.
경기 후 이배영은 "지난달 13일 전국체전 경기에 나선 이래 바벨을 처음 잡았다"면서 "전국체전 직후 태릉선수촌에서 짐도 뺐고, 당분간 대회 출전 계획이 없어 운동을 전혀 안했다"고 말했다.
"인상 135kg도 예상보다 많이 든 것"이라며 오히려 뿌듯해 한 이배영은 "운동을 전혀 안했기 때문에 부상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바벨을 놓쳐 실격당하거나 부상 때문이 아닌 정상적인 상황에서 메달을 못 따본 것은 처음"이라는 이배영은 "운동은 정직하다. 훈련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특히 이날 77kg급의 인상, 용상, 합계 메달을 독식한 대표팀 후배 사재혁(강원도청)과 같은 체급에 나섰던 이배영은 "훈련도 안했고, 현재 이 체급에서는 사재혁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라이벌이라는 생각 자체를 안했다"고도 덧붙였다.
전국체전 이후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눈코뜰새 없었다는 이배영은 "아마 메달 못 딴 선수 중에서는 제일 바쁜 것 같다"며 농을 던지기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당분간 바벨을 잡지 않을 것임을 재차 밝힌 이배영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은퇴 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제2의 인생 설계에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