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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이 열리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은 코스의 경사가 심해 72홀 동안 걸으면서 경기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다른 대회보다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17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까지 8언더파 136타를 쳐 상위권으로 경기를 마친 홍정민(20)은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많아서 다른 코스보다 더 힘들게 경기했다”며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샷을 하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리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은 산악지대에 자리해 평지에서 샷을 하는 홀이 드물다. 워낙 경사가 심하고 홀 간 이동 거리도 멀어 캐디들은 다른 대회보다 몇 배는 더 힘이 드는 코스라고 혀를 내둘렀다.
홍정민은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신인 이예원(19)을 꺾고 프로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우승하기까지 닷새 동안 7라운드를 소화했던 터라 그만큼 체력부담이 컸다.
체력 소모가 많았던 홍정민은 그 뒤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선 첫날 이븐파를 친 뒤 기권했고, 롯데 오픈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도 40위권 밖으로 밀렸다. 그는 이날 경기 뒤에도 “아직 회복 중이다”라고 웃었다.
체력 부담은 컸으나 우승으로 좋아진 점도 있다. 두산 매치플레이를 준비하면서 집중적으로 훈련했던 쇼트게임 기술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는 “우승 이후 쇼트게임 능력이 훨씬 좋아졌다”며 “김혜윤 선수 아버지와 함께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가 심한 코스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체력 회복이 덜 됐지만, 이틀 동안 버디 12개를 잡아내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로 막아 8언더파를 쳤다. 2라운드에선 그린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샷의 정확도가 높았다.
내셔널 타이틀로 치러지는 한국여자오프은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한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던 홍정민에겐 친숙한 분위기다.
KGA는 아마추어 단체로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육성, 관리하며 아마추어 대회와 함께 남녀 내셔널 타이틀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는 “오랜만에 KGA가 주관하는 대회에 나왔고 2라운드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서 더 기분 좋다”며 “아무래도 예전부터 뵀던 분도 많고 대회 분위기도 익숙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대회와 달리 가장 전통 있는 대회이기도 하고 내셔널 타이틀이기에 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홍정민이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기대하는 이유가 또 있다. 81위인 세계랭킹을 75위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11월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퀄리파잉 시리즈 최종전으로 직행할 수 있다. 홍정민은 LPGA 투어 무대에서 뛰는 게 목표다.
그는 “매치플레이와 달리 스트로크 플레이는 모든 타수가 쌓이기 때문에 한 타 한 타 신중하고 매 샷에 집중해야 한다”며 “작년보다 러프가 짧아지는 등 코스 조건은 쉬워졌다고 하나 그래도 지난해 박민지 선수가 기록한 17언더파 정도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